‘희재를 다시 만난 것은 우연이었지만, 재용에게 그것은 운명이었다.'

희재는 복잡한 강남의 한 구석에서 지루한 생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무런 꿈과 희망도 없는……. 다만 꿈이 있다면 자신의 상처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리는 것이 전부일 뿐.

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느 날 거리에서 생애 처음으로 접촉 사고를 내게 된 희재는 그 사고로 학교 다닐 때 친했던 선배 재용을 만나게 된다. 남자를 더 이상 자신의 인생에 두고 싶지 않았던 그녀였지만, 계속 문을 열어달라 두드리는 재용의 대시에 그 동안 쌓아올렸던 가슴의 성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데…….

"만약…… 내가 떨어지지 않겠다고 계속 붙잡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 신희재(28세)

"희재야! 네가 옆에 있으니까 좋다. 그런데 옆에 있어도 멀리 있는 것 같아서 싫다. 언제 눈 뜨고 날 봐줄래?
-- 박재용(32세)

어느덧 청춘의 가을을 맞이하는 나이에 새로 시작하는 사랑이야기.


<본문 중에서>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인도로 올라 와 얘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 사장이라는 사람은 뭘 하는지 차 안에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한 번쯤 얼굴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계속 기사와 얘기를 하게 되자 희재는 슬슬 열이 치솟아 오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차창엔 코팅이 되어있어서 내부의 상황커녕 얼굴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아! 사장님은 어디 다치신 데 없으신가요? 제가 직접 뵙고 사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상대 기사에게 단호하게 등을 돌리고 희재는 곧 사장석의 유리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사장님!”

“허, 지금 사장님은 바쁘셔서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난처한 듯 그녀의 두드리는 팔을 잡아끌며 만류했다. 차에서 뒤돌아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사장석의 창문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신희재?”

뒤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자 희재는 멈칫하며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차창의 얼굴이 머릿속의 인물과 매치되는 순간 그녀는 눈이 동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재용이 형!”

아무리 세상이 넓고도 좁다지만, 이런 접촉 사고로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희재는 몇 년 동안이나 못 보던 얼굴이 피식 웃으며 차에서 내리는 것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필명 : 미샤(MISSHA)
발음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쓰고 있었는데,
화장품 회사와 관련이 있냐고 물어보심. (전혀 관계없음.)

나이는 30대. 마음은 10대에서 40대를 아우름. 몸은....?
‘사실적인 꿈’을 쓰고 싶고, ‘꿈 같은 현실’에서 살고싶은
조금은 철없는 아줌마.

2004년 가을부터 로망띠끄에서 연재하여
‘가을향기’가 첫 완결작임.
지금 경하님 홈페이지에서 ‘차라리 이혼이 쿨하다’를 연재중.

홈페이지 : cafe.daum.net/gginge 로맨스, 반란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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