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준: 거칠고 무뚝뚝한 성격에 가슴에 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남자, 여자를 신뢰하지 못하며 조금의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사람. 33세의 최호준은 그러나 아이들에게 만큼은 누구보다도 아낌없는 사랑을 쏟는다. 쉼터 원장

이정윤: 무남독녀 외동딸로 귀하게 자란 27살의 이정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남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아는 가슴이 따뜻한 여자다. 그녀의 부모가 온실 속에 화초처럼 키웠더니 상처란 것도 고통이란 것도 알지 못한다. 매사가 긍정적이고 고민이 없다. 그야말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여자다. 사회복지사

정윤을 통해 사랑했던 여자의 배신으로 호준은 꽁꽁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이윽고 두 사람은 예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데…….


-본문 중에서

기지개를 켜며 정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뒷목이 당기는지 손으로 주무르는 정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 있다. 곧이어 호준이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정윤에게 뒤로 돌아보라고 하고선 두 손으로 정윤의 가냘픈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따금 그녀가 움찔거렸지만 곧 이어 그녀의 수줍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간지러워요.”
“시원하지 않아요? 어디 그럼, 좀 더…….”
그 순간 호준이 강도를 높여 손에 힘을 가했다. 그러자 정윤이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대며 도망치려 했다.
“가만있어요. 여기 많이 뭉쳤잖아요. 풀어야 합니다. 안 그럼 계속 뭉쳐 있어요.”
호준은 도망가려는 정윤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그의 손길이 몹시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윤의 어깨가 가느다랗게 떨려오자 호준이 주무르던 손을 멈추었다. 그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스킨십이었지만 그녀에게는 떨리는 손길임을 그때야 눈치 챘다. 그녀가 왜 도망치려고 했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호준은 미안함에 그만두려 했으나 한쪽 마음에서는 왠지 모를 끌림이 있었다. 어느샌가 그는 두 손으로 정윤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꼭 껴안고 있었다.
“조금만 이러고 있읍시다.”
“…….”
“미안해요. 갑작스러운 거 다 압니다. 내가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줘요.”
“상관없어요. 원장님한테 맡긴다고 했잖아요.”
정윤은 그제야 편하게 그에게 몸을 맡겼다.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두 사람은 오래도록 그 바람을 맞으면서 서로의 체온의 느끼고 있었다.
“내가 앞으론 더 잘 할 겁니다. 정윤 씨, 이메일 주소 좀 알려줘요.”
“왜……. 왜요?”
“연애편지 쓰려고요.”
“아……. 저도 답장 써야 하는 거죠?”
“써도 되고 안 써도 되고……. 맘대로.”
“알았어요.”
정윤은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앞으로 그와 주고받을 편지가 새삼 기대되는 이유는 뭘까. 어쩜 보는 눈이 많아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꼭꼭 숨겨 두었던 그들의 연애본능이 편지로 인해 발휘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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