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윤입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듣기 좋은 중음에 깔끔한 목소리 톤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린데……. 고개를 들었을 때 사랑은 저도 모르게 억, 소리가 나올 뻔했다.

“잘 부탁해요, 선배.”

신강윤.
그는 대학 최고의 킹카였고, 절대자였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고 있는 남자였다. 강윤의 입가에 묘하게 걸린 미소에 사랑은 모든 걸 포기한 얼굴로 그 손을 잡고 말았다.

그 말도 안 되는 오해는 풀어야 했다.

“그때 네 책상에 장미꽃 놔둔 거 그거 내가 맞긴 한데. 정말 그건 그날뿐이었거든?”
“알아요.”

그래, 그의 책상에 장미꽃과 초콜릿을 놔두긴 했다. 그건 정말 딱 한 번뿐이었다. 그것도 부탁을 받은. 대학 최고의 도련님에게 그녀는 정말 단 1g의 마음도 없었다.

“그러니까 오해 이제 풀면…….”
“선배가 날 좋아했던 걸로 계속 오해하고 싶은데.”

심장이 툭 떨어져 떼구루루 굴러갔다.

-본문 중에서-

그때였다.

몸이 휘청하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 이제 정말 둘이 제대로 넘어지겠구나, 그래도 거리에 사람이 없는 게 다행이었다 싶은 순간 잡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강윤이 손에 힘을 준 채 사랑을 끌어안고 다른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넘어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싶어 웃으며 안긴 채로 고개를 들어 강윤을 바라보았다. 슬쩍 미소를 짓는 강윤을 보는데 사랑은 왠지 모르게 그의 얼굴이 점차 커진다고 느꼈다. 강윤의 얼굴이 원래 컸나? 아니다, 주먹만큼 작았었는데 왜 이렇게 점점 커지는 것 같지? 라고 생각하면서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강사랑.”

콧등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그 감촉에 놀라서 사랑의 눈이 더 커졌다. 그의 입매가 슬쩍 올라가는 게 눈에 보였다.

“눈 감아.”

아니, 이 사람아. 그렇게 대놓고 눈 감으라고 말을 하면 어떻게 눈을 감는단 말인가. 사랑은 오히려 더 놀란 토끼같이 동그래진 눈으로 강윤을 바라보았다. 가까이 있던 강윤의 얼굴이 슬쩍 뒤로 물러났다. 입가에 묘한 웃음이 걸려 있는 것도 같다.

설마 지금 놀린 건가?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진심인데.”

“이 대낮에, 그것도 길바닥에서 지금 첫 키스를 하자는 말이야?”

목 차

프롤로그_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1. 한파주의보
2. 지옥에서 온 사자
3. 여우
4. 오해는 탑을 쌓고
5. 첫사랑
6. 번개 맞은 기분
7. 그날
8. 신경전
9. 로미오와 줄리엣의 심정
10. 진심
11. 진실
12. 결국, 사랑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에필로그 3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