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목란 씨…….


3년 만의 재회.
그렇게 만난 익숙하고도 낯선 여자, 김목란.
여전히 아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그녀와 사랑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희미한 흔적일 뿐인 기억이
아내에게 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이제는 돌이 돼 버렸나 봐요. 뛰질 않아요.”


우린 왜 헤어졌을까…….

-본문 중에서-

“커피값 주세요.”
컨디션이 엉망이긴 해도 목란에게는 눈살 찌푸리는 법을 모르는 한준은 싱끗 웃었다.
“얼마 줄까?”
“뽀뽀.”
“감사합니다.”
한준은 즉시 고개를 들어 저를 마중 나온 목란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갰다. 말 그대로 뽀뽀만 할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목란이 변덕을 부렸다. 제 입으로 뽀뽀만 하겠다고 해 놓고서는 방긋 입술을 벌려 버린 것이다. 그 의미를 너무도 잘 아는 한준은 본능적으로 말캉하고 단 목란의 혀를 빨아들였다. 그에 따뜻한 목란의 팔이 한준의 목을 감쌌고 그 팔이 둘러진 목에는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한준은 큼직한 손으로 목란의 팔을 잡아 떼고 경고했다.
“꼬드기면 출근 안 할 거야.”
“하지 마요.”
까무룩 잠이 들었다 잠깐 깨난 새벽, 돌아누워 끙끙 앓고 있는 한준을 발견했다. 아픈가 싶어 깨우려 손을 뻗는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와 돌아누운 그의 등에서 한기를 느꼈다. 가슴 졸이며 한참을 있다 손을 뻗어 한준의 머리카락 끝을 만졌을 때 느낀 축축함으로 그가 다녀온 곳을 알게 됐다. 후회했다. 무례하게 청했다면 모를까, 그렇게 간절히 원했는데 너무 매정하게 군 것 같아서 말이다. 또 한편으론 저를 그토록 열렬히 원한다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해 기특한 남편에게 애정을 가득 쏟아 부어 볼 참인 목란에게 한준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정말?”
“늦는다고 전화해요.”
목란의 대답에 한준은 불쑥 손을 들어 목란의 이마에 댔다가 제 이마에 댔다.
“열은 내가 있는데 왜 당신이 이상한 소리를 하지?”
그도 그럴 것이, 진짜 부부가 되어서도 한 번도 먼저 사랑을 나누자고 한 적이 없을 만큼 쑥스러움을 타는 어부인 아니시던가? 아니나 다를까, 대번에 눈동자에 깃들었던 열기가 싹 사라지고 본연의 모습으로 탈바꿈해 버렸다.
“취소요.”
한준은 얼른 목란의 허리를 낚아채고 우렁찬 목소리로 사과했다.
“마님! 소인이 잘못했습니다요!”
“장난치지 말아요.”
“장난 아냐. 나 좀 잡아 봐.”
목란이 목을 감싸자 한준은 그대로 그녀를 식탁 위로 올렸다. 한준의 의도를 알아차린 목란은 팔을 풀어 그의 어깨를 밀었다.
“여보, 여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