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아픔으로 인해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던 로맨스소설가 예린과 재미교포 감독인 플레이보이 정우가 우연히 만났다. 환상적인 열대의 휴양지 하와이에서.

소설 속 주인공을 찾고 있던 예린과 여자와의 게임을 즐기던 정우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라는 영화의 설정처럼 스티브와 프란체스카로 4일간을 보낸다. 서로의 실체도 아무것도 모른 체로.

그리고 그것으로 끝일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인연은 얼마 후 작가와 감독으로 다시 시작되었다.





-본문 중에서-





‘네가 감히 나를 엿 먹여? 그래 너도 한번 당해 봐.’

예린은 혼이 달아난 듯 그저 멍청하게 동공만을 키우며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어떤 리액션 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석고상이 되어 바닥에 그대로 굳어 버린 것만 같았다.

“조감독은 볼일 보시고 작가님 접대는 내가 하지. 이게 계약선가? 수고했어요.”

조감독인 지훈이 자리를 뜨자 정우는 우격다짐으로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는 정면으로 시선이 닿는 자리에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설마? 대단하신 프란체스카께서 나 같은 똥개가 무섭다고 겁내고 피하려는 건 아니겠지?”

“저, 저기요. 그, 그건 말이죠.”

“예전에는 몰랐었는데 말이야. 당신 덕에 그 이유를 알게 됐어. 내가 왜 그렇게 물고 빨고 하는 짓을 잘하는지 말이지. 그건 내 본능이더라고. 이빨 자국 나게 물어 줄까? 아니면 아이스크림을 먹듯 부드럽게 핥아 줄까? 혓바닥을 이용하는 건 뭐든 자신이 있거든. 그게 맘에 안 들면 다리 밑을 기어 줄 수도 있지. 기는 것도 내 특기 중에 하나야. 당신 다리 밑말이야.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말만 해. 원하는 건 뭐든 해 줄게.”

정우는 이미 사색이 된 그녀를 무시하고 혀를 길게 뽑아 제 입술 선을 핥으며 마치 도색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버를 하면서 그녀를 처참하게 박살내고 있었다.

“개가 되니 편한 게 있더군. 길바닥이든 어디서든 침대도 필요 없고 말이야. 당신이 엉덩이 치켜들고 엎드리기만 하면 아무 데서나 가능하잖아. 그런 얼굴로 보지 마. 아, 물론 당신은 고귀하신 100% 순수 혈통이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라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지. 나야 똥개이기는 해도 힘은 똥개가 한 수 위거든. 어때? 마침 내가 요즘 발정기인 모양인데. 생각 있으면 여기서 한번 할까?”

예린은 자신을 능욕하고 있는 남자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기절을 안 한 것이 다행일 정도로 이미 그녀의 뇌는 하던 일을 멈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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