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의 입술이 닿았을 그와 키스하고 싶지 않았다! 잠정적인 왕후들의 흔적이 남았을지도 모르는 그 입에 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원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이면서도 완전히 다른 방향을 보는 격렬한 감정이 그녀 안에 공존하고 있었다. 그 싸움이 너무나 팽팽해서 희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다.

“거부해도 소용없어.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가 날 자주 훔쳐보는 걸. 너도 강렬했던 그날의 키스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확실한 건, 너한테 그런 느낌을 줬던 남자는 나뿐이었지.”

너무도 오만한 선언에 희는 한순간 얼이 나간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쪽 팔로 희의 몸과 팔을 단단히 옭아맨 후 그녀의 뒤통수를 당겼다.

“네가 끝까지 거부하면 난 너에게 키스할 수 없겠지. 하지만 결국 넌 날 거부할 수 없을 거야. 너도 원하잖아. 그러니까 날 거부하지 마.”

뒤로 갈수록 달래는 듯한 어조에 그만 그녀의 몸에서 힘이 쭉 빠져 버렸다. 그녀는 헝겊 인형처럼 저항 없이 그가 당기는 대로 딸려 갔다. 그에게 화가 났지만, 간절히 그를 원했다. 만춘전 다실에서 그가 주었던 감각이 지금까지도 그녀의 의식과 무의식을 교차하며 괴롭히고 있었다.

궁금했다. 그의 입술은 그날만 그렇게 특별했을까. 다시 입 맞추어도 그런 감각을 줄까. 몹시, 아주 몹시 궁금했다. 그러니 그가 자신을 당길 때 한 번쯤 못 이기는 척 닿고 싶었다. 키스한다고 다 연애하는 건 아니니까. 키스한다고 다 결혼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와 키스하더라도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그녀는 이런 무책임한 기분이 되어 그에게 몸을 맡겨 버렸다.

그녀에게 다가온 그의 입술은 처음엔 부드러웠다. 그녀의 입술을 한 번 빨아들인 그가 만족스러운 한숨을 흘렸다. 그의 소리와 살결에 닿는 촉감이 너무나 은밀하여 희는 한여름 밤임에도 몸을 떨었다. 그러자 순진한 그녀의 몸짓이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워 융이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 주었다. 작은 등은 놀랍도록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참을 수 없이 그녀가 간절해져 그녀의 입술에 제 것을 세차게 내리눌렀다. 갑자기 차오른 욕망을 누를 수 없어 망설임 없이 그녀의 꽃잎같이 곱고 연약한 입술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곳은 작았지만 신비한 것으로 가득했고, 어두웠지만 눈에 그린 듯 선명한 감촉이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저번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그를 취하게 했고, 정신 차리지 못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