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부와 명성을 가진 가문의 주인이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 가문의 전통에 따라 그린 저택으로 향했다. 특별히 선별한 아름다운 네 명의 아가씨와 색색의 앞치마를 입은 네 명의 메이드. 최고의 부와 명예를 거머 쥘 신부는 누구일까? 
사랑이 뭔지 모르는 차갑고 이기적인 가문. 그 가문의 주인으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남자 단. 그의 가슴으로 신비한 요정이 들어왔다. 차갑고 이기적인 그의 가슴은 그 요정을 향해 누구보다 따뜻하고 이타적인 심장이 되었다. 슬프고 신비한 그린요정의 이야기.
사람들의 탐욕과 거짓말에서 그린요정을 지켜내야 할 단. 프레즌트의 진정한 의미는 저주일까 선물일까? 그린 요정이 남긴 마지막 말.
‘내 날개를 돌려주는 사람의 소원은 이루어질 거예요.’

*본문 중에서

주인의 두 번째 주문에 긴장감이 돌았다. 주인은 몹시도 까다로운 것 같았다. 퍼플은 빵이 든 그릇을 들고 강 집사에게 주었다. 그는 서둘러 홀을 나갔다. 잠시 후, 돌아온 그가 가져온 그릇을 퍼플이 넘겨받아 주인의 자리에 놓았다.
“꽃이 시들었어. 다시 가져다 놔.”
“네.”
퍼플이 주인 앞에 있는 화병을 들고 강 집사에게 주려고 할 때였다.
“직접 갔다 와.”
“네.”
퍼플보다 오히려 강 집사가 당황했다. 물론 홀에 있는 사람 모두가 당황했다. 차갑고 날카로운 주인의 목소리가 퍼플을 찌르고 얼려 죽이는 것 같았다. 꽃은 그 어느 날보다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오래지 않아 퍼플이 돌아왔다. 화병엔 아까와 다른 꽃이 꽂혀 있었다. 테이블에 놓인 다른 화병과 차이가 나는데도 퍼플은 주인 앞에 화병을 놓았다. 
“다시.”
“네.”
놓자마자 주인은 다시 가져오라고 명했다. 이제 세 아가씨들은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주인의 까다롭고 심술 맞은 태도에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다시.”
세 번째 주인의 명령이 내렸을 때 드디어 퍼플이 멈칫했다. 그녀는 담담하던 얼굴을 버리고 멈추었다.
“다시 가져와.”
“없습니다.”
“나는 분명히 다시 가져오라고 했다.”
“꽃이 없습니다.”
“그린 하우스에 널린 게 꽃이야.”
“없습니다.”
“거역하겠다는 거냐?”
풀석,
퍼플이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두 눈에선 이미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발 더는 가져오라 하지 말아 주세요. 못합니다.”
“식사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던 세 아가씨들은 긴장으로 굳은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퍼플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나영.”
“네, 네?”
단이 나영을 부르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단은 나영에게 민망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그녀가 자랑하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짝 감았다. 숨 막히게 잘생긴 그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온 것만으로도 몸이 굳을 것 같은데 그가 몸에 손을 대며 금방이라도 입을 맞출 것처럼 바짝 들이대니 숨을 쉴 수 없었다. 
“내일 아침에 함께 산책합시다.”
“네에? 아, 네.”
“내일을 기대하겠습니다.”
가까이 다가왔을 때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영에게서 멀어진 단은 그야말로 바람처럼 홀을 나갔다. 모두들 멍한 상태로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후우, 죽는 줄 알았네.”
제일 먼저 움직인 건 나영이었다. 막힌 숨을 쉬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일 출근하려면 쉬어야겠어요.”
서은이 날이 선 목소리로 말하고는 핑크와 함께 홀을 제일 먼저 나섰다. 짐짓 첫 번째로 지목 받을 것이라 자신했던 그녀였기에 실망과 함께 불쾌감이 컸다. 뒤처지는 조건이 새삼 떠올라 묵은 열등감이 다시 솟아나는 것 같았다. 서은은 핑크를 노려봤다. 포크를 떨어뜨린 어이없는 실수를 한 핑크. 혹시라도 그 일로 첫 번째 지목에서 탈락된 거라면 용서하지 않을 참이었다.
“다음번에도 실수한다면 그게 마지막 실수가 될 거야.”
“알겠습니다.”
핑크는 서은의 날카로운 눈길에 겨우 대답하고 뒤를 따랐다.
“하루 종일 시달렸더니 피곤하네. 나도 올라가서 쉬어야겠어.”
두 번째는 단비였다. 나영이 일등으로 주인을 만나게 되어 이번 경쟁에서도 졌다. 속상해서 의자를 발로 차고 싶었지만 참았다. 홀을 나서며 흘끗 퍼플을 살폈다. 없다. 무릎을 꿇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퍼플이 그 자리에 없었다. 둘러보니 퍼플은 테이블 위의 화병을 양 팔에 품고 홀을 나가려고 했다. 문제의 화병에 화풀이를 하려는 걸까? 아마도 그녀라면 화병을 들고 나가 바닥에 패대기를 쳤을 것이다. 
“아가씨, 축하드려요.”
“축하는 무슨. 놀라서 죽는 줄 알았어. 어휴, 내일 뭘 입지?”
나영은 겸손한 척했지만 무척 기뻤다. 누구보다 먼저 지목당한 일이 꿈만 같았다. 서은이 먼저 지목당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인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모든 생각이 정지했다. 그저 어서 키스해 달라고 매달리고 싶었다. 무섭도록 차가운 그의 손길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심장을 관통당하는 느낌이었다. 주인의 향기. 환각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그가 다가와 말을 한 순간이 아직도 그녀를 휘감고 있었다. 내일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나영은 레드와 함께 서둘러 홀을 나갔다.
“화병은 제가 다 치우겠습니다.”
“아닙니다. 힘드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해요.”
실수와 창피를 스스로 해결하기 원한다면 허락해 주는 것이 도리였다. 서 팀장은 퍼플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퍼플은 양손에 하나씩 화병을 들고 홀을 나갔다. 테이블을 정리하는 주방 팀에게 화병은 손을 대지 말라고 일렀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신부 찾기가 시작이 되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계획대로라면 퍼플부터 시작해서 주인님의 시중을 들게 하려 했는데 바꿔야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퍼플이 충격이 컸을 테니까요. 제일 나중 순서로 해주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