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2010년 전자책으로 출간되었던 작품입니다.]

“핸드폰 줘 봐.”
왜요? 하지 않고 여운이 순순히 핸드폰을 꺼내 건넸다. 숨은 여운의 핸드폰에다 태욱의 전화번호를 찍어 돌려주었다.
“태욱이 번호야. 하다가 잘 모르겠거나 궁금한 거 있거든 언제든지 전화해서 물어봐. 잘 가르쳐줄 거야.”
“아저씨는요?”
“나 뭐.”
“아저씨 번호는 왜 안 가르쳐줘요?”
여운이 떠안기듯 숨에게 핸드폰을 다시 건넸다.
“아저씨 번호도 찍어주세요.”
숨은 입 안에 맴도는 웃음을 감춘 채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했다.
“자.”
핸드폰을 받아 번호를 저장하고서 여운이 물었다.
“아저씨한테도 언제든지 전화해도 돼요?”
“하지 마. 귀찮아.”
“할 건데. 그것도 자주.”
“하지 말라니까?”
“싫어요. 할 거예요. 매일 매일 할 거예요.”
입 안에 가두어두었던 웃음이 기어이 입술 밖으로 새어 나왔다. 여운이 두 손을 손바닥이 보이도록 겹쳐 내밀었다.
“뭐?”
“아저씨 핸드폰도 주세요.”
“왜.”
“아저씨는 내 번호 모르잖아요.”
“번호 알면, 전화하라고?”
“그럼 안 하려고 했어요?”
“일단 알아는 두겠지만, 기다리진 마.”
“내 맘이에요.”
숨은 핸드폰을 꺼냈다.
“불러 봐.”
또박또박 전화번호를 불러주어야 할 여운이 일순 숨이라도 멈춘 듯 조용했다. 무심히 돌아보다 달콤한 웃음이 새겨진 여운의 눈과 마주쳤다.
“왜?”
“착각, 아니었나 봐.”
“무슨 소릴…….”
숨은 말을 맺지 못하고 황급히 핸드폰을 닫아 손 안에 감추었다.
“감춰봤자 소용없어요. 이미 본 걸요?”
“보긴 뭘 봐.”
“바탕 화면에 내 얼굴.”
“너 아냐.”
“나 맞아요. 눈썰매장에서 찍은 사진이잖아요.”
“아니랬지?”
숨은 짐짓 인상을 썼다.
“하나도 안 무섭다.”
“들어가, 얼른.”
“조심해 가세요, 아저씨.”
“…….”
어쩐지 먹먹해져서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여운이 안전벨트를 풀어내고 막 차문을 열려는 찰나, 굳게 다물어져 있던 숨의 입술이 열렸다.
“지여운.”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여운에게 숨은 나직한 한 마디를 건넸다.
“Happy birthday.”

- 목차 -

1. 첫눈

2. 열아홉, 서른하나

3. 동거

4. Happy birthday

5. 주머니난로

6. 피앙세

7. 꽃샘바람

8. 꽃눈의 시간

9. 포옹

# 작가의 말

Happy Christmas

     

봄을 좋아한다.
쓰는 즐거움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며
다양한 빛깔의 삶과 사랑과 사람을 그리고 싶다.

* 종이책 & 전자책 출간작
푸른 속눈썹. 오르골. 햇빛 아래 그가 있다.
계절사랑 시리즈 / 겨울사랑(2권). 여름사랑. 봄사랑. 가을사랑
연지. 올 오아 낫씽(2권). 풀잎연가. 이끌림. 느낌. 귀엣말.
열대의 시간. 타임. 포옹. 당신의 숲. 가장 투명한 빨강.
파문이 나를 새길 때. 곰곰, 하는 중입니까?

* 전자책 출간작
동그라미. 눈사람에게. 약속. 이안류.

* 장편동화 <엄지>와 동화집 <나의 철부지 아빠(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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