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친구인 선욱을 오랜시절 외사랑을 해온 동주는 불안하다.
완벽남 박선욱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수는 없을까? 그의 첫사랑의 여인은 왜 지금 나타난걸까?>

-본문 중에서-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그가 싱긋 웃자 동주는 순간 움찔했다. 오늘처럼 맑은 하늘을 연상시키는 시원한 그의 웃음에 동주는 라테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렇게 꽉 쥐다간 얼음이 다 녹겠다.”

“음.”

“동주야.”

왜 은밀한 목소리로 부르는 거야.

맘 준비도 없이 떨리게 말이야.

“왜. 왜 그래?”

“그냥 한 번 불러 봤어. 왜? 떨렸어?”

이 자식이 그냥. 눈의 동공을 있는 대로 키운 동주가 코에 주름을 잡았다.

“감정을 숨기는 건 반칙이야.”

“무슨 소리?”

“우리 둘 사이에 놓인 감정 말이야.”

일순 선욱의 얼굴에 진지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는 듯해 보였고 그의 말은 진심으로 다가왔다.

지금 그의 생각이 무엇인지 동주는 마법의 거울이 손에 있으면 좋겠다는 갈망을 했다.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지금 당장 그의 생각과 마음이 어떠한지 투명하게 들여다봤으면 했다.

“우린 스킨십 제대로 한 적이 없어. 그런데도 가능해?”

동주가 제대로 한 번 찔러 보자며 눈의 동공을 있는 대로 힘을 주어 확대시키며 물었다.

“그동안 손잡고 껴안고 했던 건 다 뭐였어?”

“그건……친구로서…….”

“친구라고 다 그러진 않아.”

“그렇다고 연인도 아니었잖아.”

“넌 모든 연인관계를 스킨십으로 결정짓니?”

아. 너무 속물적이고 단순했나? 약간은 어이없다는 눈초리를 아낌없이 날려주는 선욱의 시선에 동주는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술만 삐죽 내밀었다.

잠깐 동주의 허당기가 비치자 선욱은 제대로 놀리고 싶어졌다.

제대로 된 스킨십이라.

물론 스킨십은 서로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기도 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자신들이 가진 친밀감은 어느 누구도 흉내를 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그러나 가볍게 포옹한다거나 손을 잡는 등의 신체 접촉은 자연스럽게 해오지 않았나?

더욱 깊은 애정이 담긴 스킨십을 말한다면 아직 자신도 동주에게는 시도해 보지 못했기에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선욱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동주의 다양한 표정을 어느 정도 읽을 수는 있었다.

다른 일엔 대범하면서 연애에 있어서만큼은 그리 적극적인 사랑을 하지 않던 동주의 연애담에 대해서도 다 꿰고 있었다.

자신을 친구 이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건 딱히 누가 말해 줘서 아는 게 아니라 그건 그냥 느낌으로 알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친구라는 명목 아래 그녀를 대했다 해도 감정이 제한구역에 넘어가 버린 때도 있었다. 사람의 감정은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즉 제한된 감정을 위한 보호구역은 남녀 사이엔 전혀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자꾸만 동주에게 집중하게 되는 감정의 실체를 보면 분명히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우정의 경계는 이미 깨어져 버렸다고!

함께 보냈던 시절을 굳이 연수로 따지지 않아도 두 사람 사이엔 시간이 말해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존재했었다.

누군가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서로에게 어떤 존재라는 것 정도는 본인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알게 되는 감정인 것 같았다.>

미디어 리뷰가 없습니다.

별점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