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은 재킷을 벗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안에 입은 셔츠 단추도 풀어 나갔다.
“뭐 하는 거야.”
눈썹을 곤두세우며 그가 물었다.
“보면 몰라요? 벗고 있잖아. 하세가와 류타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원하는 일, 그걸 하고 있잖아요. 늘 하던 대로 거기 앉아 지켜보기나 해요. 7억 주고 사들인 여잔데, 평생 뜯어 먹어야지. 평생 아무 데도 못 가게 붙들어 놓고, 마르고 닳도록 뜯어 먹어야지. 안 그래요?”
흥분으로 손이 떨려 단추가 얼른 벗겨지지 않았다. 정임은 신경질적으로 옷자락을 확 뜯어냈다. 단추가 몇 개 후드득 뜯겨져 굴러갔다.
“그만 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그가 말했다. 정임은 그만 하지 않았다. 셔츠를 벗어 내던지고, 스커트도 아래로 벗어 내렸다.
“그만 하라고 했어.”
톤이 높아진 류타의 음성이 정임에게 새롭게 두려움을 불러왔다. 눈물이 뚝뚝 흘렀다. 정임은 가슴을 싸 안으며 주저앉았다. 지친 울음이 끅끅 새어 나왔다. 보고 싶어, 당신. 보고 싶어, 이현 씨. 보고 싶어. 여기 와 나 좀 데려가요. 당신 품에 나 좀 숨겨줘요.
“입어.”
류타가 옷을 주워 건넸다. 울면서 정임은 쏘아붙였다.
“입어? 입으라고 했어? 오늘은 또 어딜 다쳤길래? 어딜 다쳤길래 그런 소릴 하는데? 머리라도 다친 모양이지? 벗으라고 해. 마음 타령 하지 말고 원래대로 하란 말이야.”
울음이 말을 지우며 끅끅 딸려 나왔다.
“미안해.”
눈물뿐인 얼굴로 정임은 고개를 들었다. 눈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은 그가 보였다. 잘못 들은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분명 그가 한 말이었다.

봄을 좋아한다.
쓰는 즐거움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며
다양한 빛깔의 삶과 사랑과 사람을 그리고 싶다.

* 종이책 & 전자책 출간작
푸른 속눈썹. 오르골. 햇빛 아래 그가 있다.
계절사랑 시리즈 / 겨울사랑(2권). 여름사랑. 봄사랑. 가을사랑
연지. 올 오아 낫씽(2권). 풀잎연가. 이끌림. 느낌. 귀엣말.
열대의 시간. 타임. 포옹. 당신의 숲. 가장 투명한 빨강.
파문이 나를 새길 때. 곰곰, 하는 중입니까?

* 전자책 출간작
동그라미. 눈사람에게. 약속. 이안류.

* 장편동화 <엄지>와 동화집 <나의 철부지 아빠(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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