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인이 한 입. 이번엔 사과를 깨무는 다인의 입술이 민설의 두 눈을 채웠다. 과즙이 묻은 입술은 촉촉하게 붉었다. 다인과 눈길이 부딪쳤다. 깜박임을 잊은 듯 빤히 쳐다보는 다인의 눈이 민설에게 다시금 충동을 불러들였다. 민설은 숨을 멈추었다. 다인의 눈이 동그랗게 열리며 사과를 쥔 손이 방어라도 하듯 몸 쪽으로 오므라들었다. 민설의 입술이 사과에게로 이끌렸다. 아니, 다인에게로.
“저기…….”
다인이 조그맣게, 그러나 다급하게 중얼거렸다.
“내 입에, 사과 들었거든요?”
민설은 다가가기를 멈추고 다인을 바라보았다. 다인과는 이미 지극히 가까워 다인의 숨소리마저도 환히 들리는 듯 했다.
“그런데?”
“아니, 그, 그러니까, 조,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가 뭐?”
“그, 그거요.”
“그거라니?”
“방금 나한테 하려던 그거.”
민설은 푸흐 웃었다.
“아, 아니었어요? 하……려던 거.”
“뭐, 키스?”
조금 전 몸을 휘돌던 아찔한 충동을 웃음 뒤로 감쪽같이 감추며 놀리듯 되물었더니, 다인의 콧날에 잔금이 새록새록 그려졌다.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뭐랄까. 보드라운 무언가가 가슴 속을 나붓나붓 쓸고 가는 느낌이다. 괜찮아, 하고 뺨이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은 마음. 그러나 민설은 느긋하게 말했다.
“설마. 내가 정다인 씨한테 왜 그런 짓을?”
“그, 그러니까요.”
“가만, 분위기상 해줬어야 하는 건가? 내가 기대를 저버린 셈?”
“미쳤어요? 기대라니! 내가 왜요?”
“흠, 이건 완전히 도둑이 제 발 저린 얼굴인데?”
“글쎄 아니라니까요!”

봄을 좋아한다.
쓰는 즐거움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며
다양한 빛깔의 삶과 사랑과 사람을 그리고 싶다.

* 종이책 & 전자책 출간작
푸른 속눈썹. 오르골. 햇빛 아래 그가 있다.
계절사랑 시리즈 / 겨울사랑(2권). 여름사랑. 봄사랑. 가을사랑
연지. 올 오아 낫씽(2권). 풀잎연가. 이끌림. 느낌. 귀엣말.
열대의 시간. 타임. 포옹. 당신의 숲. 가장 투명한 빨강.
파문이 나를 새길 때. 곰곰, 하는 중입니까?

* 전자책 출간작
동그라미. 눈사람에게. 약속. 이안류.

* 장편동화 <엄지>와 동화집 <나의 철부지 아빠(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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