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이었던 장지하를 재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얼굴에 상처가 떡하니 그어졌다고 가슴이 설레다니!
그 상처들에 심장이 두근대는 것은 웬일일까.
사랑은 이런 방법으로도 찾아오는 묘한 것인 모양이다.



<맛보기>

“네 아버지도 대단하네? 결국은 딸을 담보로 보내고 말이야.”
아까 정원에서 자신의 상처를 보고도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는 여자의 모습이 더 심기를 건드렸다.
“내가 이자도,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준다고 그랬지. 그런데도 네 아버지라는 사람, 나를 못 믿더군. 그래서 말이야. 네 아버지가 가진 게 다섯 딸들이 전부라 그러기에 내가 담보로 딸이라도 내 놓으라고 그랬어. 그랬더니 진짜로 이렇게 딸을 담보로 보내버리다니. 참, 웃기지 않아? 세상은 무엇이든 다수가 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취급해 버리거든?”

시영은 남자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는 속으로 움찔하였다. 눈구석에서 귀볼 밑까지 발갛게 그어진 뺨의 상처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 외에도 자잘한 상처의 흔적들이 얼굴 곳곳에 있었다. 상처가 놀랍기도 하고 또, 저런 상처가 어디서 생겼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겨났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상처에 심장이 두근대며 뛴다는 거였다. 무서워서도 아니고 징그러워서도 아니었다. 마치 굉장히 멋있는 풍경을 봤을 때의 두근거리는 설렘 같은 거였다.

이예찬.


1971년 낙엽이 반짝이는 토요일, 지구에 도착.
로맨스를 꿈꾸다........
20XX년 벚꽃이 휘날리는 일요일, 홀연히 사라지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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