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다. 아프다. 그리고 힘들다.

조은을 깨운 건 바로 이 세 가지 감각이었다.
“헉…… 헉…… 깼냐?”
“누구……세요?”
“마, 말 시키지 마. 헉…… 하아……”
욱한의 신음소리와 들썩임이 무엇을 뜻하는지 채 깨닫기도 전에 조은은 아래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에 시선이 자연스레 아래로 향했다.
‘아, 아, 이럴 수가!’
뜨고 있던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차가운 공기에 오슬오슬 떨려오는 등의 감촉. 이상하여 조은은 감았던 눈을 슬며시 밀어 올려 주위를 살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그녀의 집 앞에 있는 놀이터였다.

오늘의 이 끔찍한 일이 계기가 되어, 쉬이 남자와 관계를 맺는다 하여 가볍다는 비아냥거림을 담은 ‘엉덩이가 가벼운 백조’가 되고 말았다.

***

어느 한 남자가 나이트클럽 안으로 들어서자 모든 이들의 고개가 아래로 숙여졌다. 지금 모든 이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이 남자로 말할 것 같으면 뒷골목인 이 바닥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광견(狂犬) 박진철’이었다.
별명처럼 개 같은 사람이라 어느 누구도 쉬이 건드리지 못했고, 그를 건드릴 시에는 만신창이가 되거나 죽을 각오를 해야 했다. 개 같은 습성이 있어, 한 번 문 사람은 절대 놓는 법이 없었으며 자신을 헤아려 한 사람은 지구 끝까지 쫓아가 머리를 깨어놓아야지 직성이 풀린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었다.

***

조은은 벽에 대고 소리치는 기분이었다. 남자는 날카로운 눈동자와 온몸으로 뿜어내는 살기를 제외하곤 어떠한 기척도 없었다.
갑자기, 목석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진철이 움직였다. 혀가 아닌 그의 발이 움직였다. 몸을 빙그르르 돌려 문을 향해 갔다. 그것도 조은이 다시 입을 열어 무어라 말을 토해내고 있는 와중에 그녀의 얼굴 바로 앞에서 몸을 돌려버린 것이다.
진철의 옷깃이 그녀의 볼과 코를 스쳐 지나갔다. 그로 인해 잔잔한 바람이 생겼다. 바람은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 속에서 남자의 진한 체취를 맡았다. 야릇한 느낌이 온몸에 천천히, 하지만 맹렬히 퍼져나간다.
손끝과 발끝이 저릿저릿 떨린다. 심장이 뛴다. 피가 들끓는다.
처음이었다. 누군가의 체취 하나만으로 몸에 힘이 빠져나가 서있기가 곤혹스럽기는 처음이었다. 그래, 강렬했다. 피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불을 좇는 불나방처럼 백조은은 그렇게 박진철을 좇기 시작했다.

    

엄재양 ejy2006@naver.com

<입술을 깨물었다>, <첫 경험> 외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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