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의 가출청소년 김도안

그런 그에게 작은 손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는 꼬맹이 한해희 

20년이 흐른 후. 마법처럼 시작되는 그들의 인연은……. 

“그러면 한해희. 전에 내가 했던 말 진지하게 고민해 줄래?”

“무슨……?”

반문했지만 가슴은 이미 알아차린 후였다. 해희는 귓불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나, 한해희에게 관심 있어. 진심으로.”

도안의 두 눈에서 뜨거운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불꽃에 데일 것 같은 두려움에 해희는 냉정히 돌아섰다.

“안녕히 가세요.”

그러나 채 한 걸음도 떼기 전에 그가 해희의 팔을 낚아챘다. 

“왜, 왜 이래…….”

그녀의 말은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도안이 거칠게 입술을 겹쳐왔기 때문이다. 해희는 그에게 벗어나기 위해 세차게 고개를 도리질 했다. 그러나 그의 키스는 자꾸만 깊어져갔다. 뜨거운 화기(火氣)가 입술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두려웠다. 그 불길에 온몸이 다 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일었다. 해희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 순간 강압적이던 키스가 힘이 빠져 나가고 부드럽게 변했다. 그의 입술이 아랫입술을 머금더니 혀끝이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거리듯 어루만져 주었다. 차라리 고압적이었던 것이 나았을 것을. 그랬다면 끝까지 입술을 열어주지는 않았을 텐데. 도안이 전해주는 달콤한 자극에 그녀는 어느새 입술을 열어 입안으로 그의 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도안의 키스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해희의 반응 또한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숨이 차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도안의 입술이 떨어졌다. 

“하…….”

해희는 거친 숨결과 함께 아쉬움의 신음을 내뱉었다. 순간 그녀는 그에 의해 등이 밀쳐져 딱딱한 벽면에 닿았다. 머리를 감싸고 있던 양손이 더 강하게 그녀를 조여 왔다. 다시 격정적인 키스가 이어졌고, 해희는 눈을 감고 정신없이 그가 주는 감각에 몰입해 갔다. 발끝에서 싸한 전율이 올라오며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이대로……이대로……영원히. 머릿속에서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유혹의 목소리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듯했다.

“이 정도면 진심인 걸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