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있었던 거야?”

그녀의 반응에 준하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찡긋하며 물었지만 몸을 떼진 않았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맥이 쫙 빠져 있는 건데? 그리고 너.”

입술뿐 아니라 얼굴도 거의 겹쳐진 상태. 덕분에 자신을 살피는 그의 가늘게 접힌 눈이 더 잘 보였다. 그녀에 관해서는 사소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남자 문제에서는 심하게 예민한 준하에게 오늘 하루 이준과의 신경전을 들키기 싫었다. 이준이 그녀를 여자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까지 안다면…… 후우, 오랜만에 긴장으로 등줄기가 싸해졌다.

“날 왜 피해?”

역시나 단호한 어조와 날카로운 눈초리로 태영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태영은 표정을 정리하며 몸을 일으키려고 꼼지락거렸다. 의자에 밀치는 준하의 손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피, 피하긴 누가 피했다고 그래.”

“피했어. 그러니 무슨 일인지 좋은 말로 할 때 고백하지.”

태영을 의자 등받이에 밀친 그는 팔걸이에 양손을 짚은 후 길고 탄탄한 다리로 그녀를 꼼짝할 수 없게 가둬 버렸다. 그리고 얼굴을 완전히 겹치더니 태영의 윗입술을 깨물 듯이 물었다가 놨다.

“……!”

놀란 가운데서도 태영의 시선은 여전히 가늘게 접힌 준하의 눈으로 향했다.

“아,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

묻는 어조 끝에 짙은 의심이 묻어났다. 이미 예상했듯 아침에 둘을 바라보던 이준을 준하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태영은 모두를 위해 시치미를 뗐다.

“응, 정말이…….”

그는 예상대로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 뜻을 좀 전보다 더 가늘게 좁힌 눈초리로 대신했다. 윗입술에 이어 아랫입술이 준하의 입술에 삼켜진 태영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보고 싶었어.”

다시 윗입술이 준하에게 삼켜졌고, 그는 그녀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을 대신 했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물론 달콤했다.

“뭐, 뭐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