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너 딱 걸렸어! 어디 갔다가 이제 나타난 거야.’

숨겨진 취미는 꽃미남 사진 모으기, 특기는 변장, 미행으로 정보수집하기.

밖에서는 명품 매장 샵매니저인 완벽한 이중생활의 달인 이건희.

그녀 앞에 나타난 미모, 몸매, 재력까지 갖춘 완벽한 꽃미남 용연경.

그를 향한 그녀의 특기가 발휘되었다.

“너 용연경, 오늘부로 나 이건희가 접수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상한 변태 아줌마로 엘리베이터 공포증이 생긴 연경.

다행인지 그 공포증을 잊게할만큼 매력적인 여자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게다가 같은 회사라니……

요조숙녀였다가 요부였다가 매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가 궁금하다.

‘기다려, 이건희. 당신 안에 뭐가 또 있는지 내가 꼭 파헤쳐주지!’

내숭 100단의 꼬리 아홉 달린 변태 구미호 건희와 완벽남 연경의 밀당.

건희는 끝까지 정체를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잠시만요, 같이 가요!”

다행히 매너 있는 사람이었는지 건희가 다가갈 때까지 문은 닫히지 않았다. 제법 먼 거리를 달려온 건희는 엘리베이터를 타자 숨을 고르느라 거친 숨을 뱉어내며 호흡을 조절했다. 한참을 헉헉대다가 눈인사라도 할까 싶어 고개를 들었는데, 연경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둘만 있는데 연경이 벽에 딱 붙어 서 있는 게 아닌가. 마치 벽과 하나가 되고 싶은 사람, 아니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다. 어디가 아픈가 싶어 슬그머니 걱정이 되어 연경 쪽으로 몸을 틀자 그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이러는 거야, 너무 열심히 일하더니 어디가 아픈 거 아니야?

“아, 저 아주머니?”

아주머니? 얘 왜 이래? 여기 아줌마가 어딨다고.

건희는 단둘이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시선을 연경에게로 향했다. 헌데 연경의 시선이 자신의 이마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뭐? 나? 나 이건희더러 아줌마라고? 지금 나더러 아줌마라고 그런 거 맞지?

황당하고 어이없어 시선을 아래로 향한 건희의 눈에 그제야 비로소 추레한 자신의 차림새가 들어왔다.

아, 이런! 이렇게 만날 줄 알았으면 좀 제대로 입고 나올걸. 얼마 만에 만나는데 이게 뭐람.

“지난번처럼 몸을 더듬으시는 건 성추행입니다. 지난번에는 얼떨결이라 그냥 넘어갔지만 오늘은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뭐야, 그럼 이 인간 지금 나한테 겁먹은 거였어? 그런 거야? 아, 이 남자가 또 잠자고 있는 나의 악마적 변태성을 일깨우시네.

별 생각 없던 건희는 연경의 경계하는 눈빛에 슬슬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연경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리고는 여전히 벽에 붙어 있는 연경의 한쪽 어깨를 툭 치고 씨익 웃었다. 싸하게 변하는 연경의 표정이 볼 만했다. 깜짝 놀라 움찔하는 것이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이 다 보이는 것 같았다.

그때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울렸다. 연경을 보느라 미처 11층을 누르지 못했기에 건희는 17층에 도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연경은 쏜살같이 건희를 지나 내려버렸다.

하지만 그냥 보내기에는 연경이 건희를 너무 많이 자극했다. 게다가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닌가. 건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연경의 등 뒤로 다가갔다.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깜짝 놀란 연경이 돌아보자 건희는 들고 있던 맥주 봉지를 내려놓고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냥 놀려주려는 생각이었는데 놀란 듯 벌어지는 연경의 입술이 눈에 들어오자 건희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버리고 말았다. 굳어 있는 연경의 입술이 느껴졌지만 감촉만은 최고였다.

긴장을 풀라는 의미로 등을 한 번 쓸어주자 흠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건희는 그를 더 놀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힘차게 방망이질을 해대는 자신의 심장 때문에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니 연경의 입술을 혀로 한 번 쓸어주고, 그동안 궁금했던 연경의 엉덩이를 손으로 툭툭 쳐준 뒤 내려놓았던 봉지를 집어 들고 비상구로 줄행랑을 쳤다.

[프로필]

이희정

8월 23일생.

감정기복이 심한 전형적인 B형.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은 사람.

* 출간작

[모전여전] [복남이 이야기] [녹우綠雨] [쎄시봉!] [사랑 뒤의 사랑] [극기에 대한 맹세]

[Till Love] [춘화연애담] [라디오 스캔들] [사돈 對 사돈] [비애妃愛] [교동연가]

[The Moment]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애루화] [선남, 선녀] [수작] [햇빛우물]

[아삼삼한 연애] [DITTO 동감] [님아恁我]

[목차]

1. 엘리베이터 안에서

2.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3. 콩깍지 제대로 쓰기

4. 사랑은 술병을 타고

5. 탐색기

6. 엉덩이가 예쁜 남자

7. 권모술수의 대가

8. 서른 즈음에

9. 작업 걸기

10. 선수 입장

11. 위기일발!

12. 제 꾀에 제가 넘어가기

13. 첩혈쌍웅

14. 시작하는 연인들

15. 누구의 사랑이든 순탄하지만은 않다

16. 배려에 대해 알아가기

17. 그녀의 엽기적인 가족

18. 사면초가

19. 쎄시봉!

20. 백견(百見)이 불여일행(不如一行)

21. 저 좀 예뻐해 주세요!

22. 용 옹 VS 정래 씨

23. 프러포즈

번외 - 시원 & 화영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