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국 국왕과 왕비의 유일한 적자로 태어났지만, 불행히도 태어난 직후부터 주 받은 괴물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하람휘 왕자. 민정 장군 후손 중 유일하게 여아로 청안지신체, 즉 순백의 피를 타고 태어난 민설아. 상대방에게 자신의 운명을 내맡긴 두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본문 중에서]


하람휘가 방에 들어오자, 설아는 공포에 젖은 얼굴로 숨을 죽이고서, 눈으로만 왕자의 하는 양을 쫓고 있었다.

하람휘는 설아의 눈길을 모르는 채 걸치고 있던 옷을 벗었다. 설아의 옆자리에 몸을 누이고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마마, 저어기 소녀는 지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오늘밤은 그냥 그대를 안고만 잘 터이니."

하람휘는 두려움에 차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행동은 그게 아니었다. 어느새 설아의 목덜미에 입술을 갖다 대더니 깊숙이 빨아 들었다. 이러한 행위에 익숙지 않는 설아의 작은 몸에서는 떨림이 일어났다. 그 떨림이 하람휘에게 고스란히 전해 왔다.

"마마, 잠시만 소녀의 말을 들어 주시옵소서."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설아는 하람휘의 행동을 저지하려 애썼다.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오늘밤은 더 이상 그대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하람휘의 입술은 여전히 그녀의 목덜미와 귓불을 지분거렸다. 또한 큼직한 손으로는 이제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한 듯, 작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앙증맞은 가슴을 쉴새없이 만지작거리며 쓰다듬고 있었다.

어제 밤엔 그의 욕념을 한껏 자아내게 만들던 사향과도 같은 향기를 풍기던 그녀의 몸이었다. 그런데 오늘밤은 포동포동한 어린아이에게서나 날법한 젖내가 풍겨 나왔다. 속으로 의아해 하며 그녀의 체취를 맘껏 들이마셨다.

하람휘는 양쪽 다리사이로 그녀의 몸을 꽉 조이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손으로는 가슴을 만지작거리던 그 자세 그대로 잠을 청했다.

설아가 조금 불편한지 심하게 뒤척였지만 하람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가슴만 세차게 움켜 쥘 뿐이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젖내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베어든 삶에 대한 지친 냉소가 서서히 풀어지는 것을 느끼며, 하람휘는 수마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설아는 혹시나 왕자가 어제 밤처럼 아프게 할까봐, 잔뜩 긴장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귀 뒤에서 왕자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야 몸의 긴장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등과 맞대어 있는 왕자의 단단하고도 근육이 잡힌 넓은 가슴이 믿음직스럽게 느껴져, 순간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그 기분을 미처 헤아려보기도 전에 긴장된 몸이 풀어지며, 설아도 왕자와 마찬가지로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의 몸이 얽힌 채로 잠들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한없이 고와 보였다.

필명 : 라희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
완결작으로 <제왕의 여자>가 있음.
현재 <제물 祭物> 이라는 제목으로 연재 구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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