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 부모를 죽인 원수의 피붙이였다.
그녀는 내 막역한 친우의 정인이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가지고 싶었다.
내가 품은 이 감정이 잘못된 것이라면 싹둑 잘라버리리라.
아무도 그녀를 가지지 못하게 철저하게 부셔버리리라.
아아, 그러나 그 맹세도 헛되어 사랑이란 감정은 오묘하여
나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로 한없이 옭아매려고만 하누나.



감히 이것이 탈출을 감행했겠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잘못을 논하자면 죄 없는 사람을 포로로 잡아가둔 폐하께 있지요. 아무 죄도 없이 죽게 생겼는데 도망치려 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처음부터 저를 감옥에 가뒀다면 지긋지긋한 황궁을 벗어나도 벌써 벗어났을 것입니다. 당과 준 오라버니를 만나 즐겁게 여행을 하고 있었겠지요.”

휜은 솔하의 입에서 또 다시 당과 준 오라버니라는 말이 나오자 그만 이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당과 준 오라버니란 녀석은 저 살자고 너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런 녀석을 잊지 못하고 있느냐 말이다. 원수임에도 너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애달파하는 나는, 그럼 나는 너에게 고작 헛된 기대나 하게 만든 사내밖에 되지 않더란 말이냐?

올올이 파고드는 솔하에 대한 배신감으로 휜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어 버렸다.

“기대를 걸게 만들었다고? 포로면 포로답게 대해 줄 것이지, 왜 연경당에 고이 모셔 두었냐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깨닫게 해 주마. 이제부터 네가 말하는 포로 신세가 어떤 것인지 네 몸이 철저히 깨닫게 해주마.”

필명 : 라희
로망띠끄에서 활동 중.
완결작으로 <제왕의 여자>가 있음.
현재 <제물 祭物> 이라는 제목으로 연재 구상 중.

미디어 리뷰가 없습니다.

별점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