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실장을 보면서 아주 막힌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직원 모두가 힘을 합쳐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한 뒤, 혹여 그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에 마녀사냥식의 책임 추궁은 그녀가 제일 싫어하는 일이었다.
미국에서 일한 경험도 있고, 지금 단호하게 말을 하는 실장을 보니 유 대리에게 화가 났던 것이 풀리는 듯했다. 사실 대외적인 것은 그것이고, 잘 생긴 실장의 얼굴과 몸매가 그녀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는 것은 자신만의 비밀일 것이다.
‘음, 눈동자 색이 약간은 갈색이네. 우수에 찬 눈빛이 바로 저런 거지. 좋아, 눈은 10점 만점에 10점. 코는 오래 볼 필요도 없네, 그냥 10점. 입술은, 색은 좋은데 좀 얇지 않을까? 남자라면 좀 두터워야 하는데, 그럼 9점. 다음 팔뚝은, 힘을 주니 소매가 살짝 낀다? 말할 필요도 없이 10점! 그리고 그 아래는……. 오우, 노노. 너무 지나친 상상은 금물이야. 정하연. 이건 아니지. 그런데 왜 침이 고일까? 완벽, 그래 완벽하네. 후후, 많은 여자들 애간장 좀 녹이셨겠네요. 그나저나 난 왜 군침을 삼키는 거야? 풉.’
준석은 앞에 앉은 여자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허리를 곳곳하게 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앉아있었지만, 분명 생각은 그렇지 못한 듯했다. 도대체 뭐지? 또 한 번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풉, 흠흠, 쿨럭. 죄송합니다. 말씀 중이신데 정말 죄송합니다.”
하연의 상상이 지나쳤을까? 입 밖으로 웃음이 살짝 튀어 나왔다. 얼른 정색을 하며 위기를 모면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마치 생리적인 사례가 걸려 너무 죄송하다는 듯이.
여기서 예외는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그저 눈길만 주고 다시 실장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정작 그 실장이라는 사람은 눈이 가늘어지며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으음?
‘설마? 들킨 게야? 에이…… 아니겠지. 정하연, 아닐 거야. 잘 대처했어. 괜히 지레짐작으로 주눅 들 필요 없어. 이럴 때일수록 표정관리 해야 해! 표정!’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면놀이를 시작한 정하연.
5년이란 시간동안 철저히 숨겼던 것을 들켰다.
그것도 다름 아닌 꿈같은 남자 강준석에게 말이다.

겉모습과 달리 4차원 1등급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와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가 만났다.
분홍빛 편지와 더불어, 잔잔한 강물처럼 서로에게 젖어드는데…….

필명 : 디노


jheeangela@naver.com

로맨스 사이트 [로망띠끄]와 작가연합 홈페이지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활동 중.


출간 작.

[사자는 중매쟁이]
[그 여자의 정체]

출간예정 작.

[찬란한 날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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