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은 내가 필요했던 것뿐이겠죠.

경민과 예상치 못한 하룻밤을 보낸 대가로 그의 호적상 신부가 된 다정. 하루아침에 바뀐 주위 환경에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여자라도 상관없었다는 경민의 차가운 말에 다정은 그의 돈과 명예를 철저하게 이용하려 마음을 굳게 먹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차갑게 구는 경민과 그의 식구들에게 점점 지쳐 가기 시작하는데….

▶잠깐 맛보기

“네 이름이 다정이라며? 다정. 이름은 좋군. 이름대로 다정하게 자신의 신상명세에 대해 읊어 봐. 기꺼이 들어줄 테니.”

“부탁을 하시는 거라면 조금 더 정중하게 해 주세요.”

“뭐?”

경민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건방 떨지 마. 너희들이 노린 대로, 네 뜻대로 되어 간다고도 착각하지 마. 내 말 알아듣겠어?”

“난…….”

“입 다물어!”

경민의 말없는 시선에 다정의 얼굴이 벌겋게 변해 갔다. 지금 입고 있는 옷차림이 어쩌면 그가 자신이나 이모부를 매도하기에 더욱 좋은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꼬인 사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그의 눈빛이 그렇다고 확신해 주는 것 같아 그저 눈길을 피해야만 했다.

“의외군. 얼굴도 붉힐 줄 알고.”

“…….”

“앞으로도 그렇게 얌전을 떨어. 재미있겠어. 아주.”

▶목차

프롤로그

1.∼25.

* 이 전자책은 2004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비인〉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