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부인을 죽이는 데 있어 그는 명수였다.
어리석은 그 여자에겐 승산이 없었다. 그녀는 추적당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미지의 숭배자가 품은 속셈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는 친절한 마음으로 여자를 죽였다고 믿었고, 그런 힘든 일을 해낸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잔인하게 대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고문을 통해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으나 그런 비천한 욕구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당당한 남자이지 동물이 아니었다. 물론 그는 자기만족을 추구하려고 했고 그 시건방진 계집은 죽어 마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동정심을 보여주었다. 그는 상당히 친절하게 행동했다­대체로 말이다.
어쨌든 그 여자는 미소를 머금고 죽어갔다. 급작스레 덮친지라 일이 끝나기 전에 언뜻 본 거라고는 여자의 겁먹은 갈색 눈에 스치고 지나간 공포뿐이었다. 그는 마음씨 좋은 주인이 상처 입은 애완동물을 어르듯이 나지막한 소리로 여자를 달래며, 여자의 목을 조르는 내내 동정 어린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살인이 끝난 뒤 여자가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까지 위로의 찬가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상하게 처신했다. 여자의 죽음을 확신한 후에도 조심스레 여자 얼굴을 옆으로 돌린 후에야 슬그머니 미소를 지을 정도였다. 마침내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 일이 너무나 순조롭게 끝난 데서 오는 만족감으로 소리내어 웃고 싶었다. 그러나 아직은 입 밖으로 소리를 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런 점잖지 못한 행동이 자신을 극악무도한 괴물처럼 보이게 하리란 생각이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괴물이 아니었다. 아니, 절대 아니었다. 그는 여자들을 혐오한다기보다 오히려 숭배했다­어쨌든 대부분의 여자들에게는 그랬다­그리고 속죄해야 마땅한 여자일지라도 잔인하거나 매정하게 대하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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