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안개가 영지를 둘러싼 벽을 타고 훨훨 기어오르는 듯 자욱하게 일었다. 마치 삶의 무상함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펼쳐진 정경 가운데, 낯선 침입자들이 살그머니 담을 타고 넘어와 정성스럽게 가꾸어진 뜰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니키가 조용히 속삭여 물었다.
「여기서 닭을 훔칠 거예요, 엄마?」
아이의 엄마인 마르터는 고개를 저었다.
「닭보다 더 중요한 일이야.」
말을 하려니 기침이 나와, 그녀는 야윈 몸을 떨며 몸을 오므렸다.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니키는 엄마의 팔을 붙들었다. 담장 아래에서 한뎃잠을 잔 탓에 그녀의 기침은 한층 심해졌고, 더구나 그 전부터 거의 아무 것도 먹은 것이 없었다. 니키는 식량과 따뜻한 불과 친구들이 있는 집시족 ‘꿈빠니아’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마르터는 창백하지만 결연함이 서린 얼굴로 몸을 일으키고는 계속 걸어갔다. 스산한 겨울풍경 속에 색을 가진 것이라고는 그녀가 두른 화려한 보랏빛 치마뿐이었다.
마침내 모자는 나무숲을 빠져나와, 넓게 뻗은 석조건물 주위에 무성하게 펼쳐진 잔디밭에 발을 디뎠다.
입이 쩍 벌어진 니키가 물었다.
「여긴 높은 사람이 사나봐요?」
「그래, 잘 봐둬라. 언젠가는 네 집이 될 거니까.」
니키는 묘한 기분들이 뒤섞이는 것을 느끼며 저택을 응시했다. 놀라움, 흥분, 의혹, 그리고 결국은 경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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