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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연인 예약 2권 (완결)
반트 지음도서출판 가하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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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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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 979-11-300-52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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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한울그룹 주요 후계자 한태주와 친구로 지내온 지 3년.
“혜원아.”
“응?”
“도와줄까?”
천천히 일어선 그가 아일랜드 식탁을 돌아 그녀에게 걸어왔다. 다가오는 그를 보는 혜원의 눈동자가 파도에 일렁이듯 흔들렸다.
“네가 기억 못 하는 것들에 대해.”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쯤 오는 등받이를 잡으며 태주가 몸을 낮췄다.
그녀의 시선을 붙잡은 채 태주가 말했다.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 나만 알고 있으니까 얼마나 답답할까.”
그가 손끝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몸을 물리며 거리를 벌리려는 그녀의 등을 커다란 손이 받쳤다.
더 도망가지 못하게.
태주가 시선을 얽은 채 얼굴을 천천히 내렸다.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턱을 잡으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날과 입장이 바뀌긴 했지만.”
그 앞에서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모습에 잠재되어 있던 포식자가 서서히 기지개를 켰다.
“잘 기억해봐.”
천천히 먹잇감에 다가간 최상위 포식자가 날렵하게 몸을 날려 먹잇감의 목덜미를 단번에 물듯 혜원의 입술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그녀를 꿰뚫는 강렬한 눈빛과 뜨거운 입술을 느끼는 순간 혜원은 낙인이 찍히는 느낌이 들었다.
2. 작가 소개
심장이 간질거리고 두근거리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알콩달콩, 꽁냥꽁냥을 추구하는 반트입니다.
▣ 출간작
계약연장 아내
심장에 별을 담다
3. 차례
#6
#7
#8
#9
#10
#에필로그
4. 미리 보기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온 태주는 닫힌 블라인드를 손끝으로 벌려 그 틈으로 밖을 내다봤다. 민정이 왔다 간 뒤로 혜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흐음.”
사무실의 술렁이는 분위기를 그도 고스란히 느꼈다. 그런 시선을 즐기는 민정의 팔을 붙잡고 사무실 밖으로 쫓아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재원의 딸인 그녀를 함부로 대했다가는 긁어 부스럼만 날 뿐이다.
지난번 분명히 그의 의사를 확실하게 전했건만 민정은 그를 찾아왔다. 참 대단한 용기다. 한 회장의 호출이 그녀에게 좋은 빌미를 주었다.
분명 경고를 드렸는데 아버지께서 쓸데없는 간섭을 하신 것 같다.
“훼방이겠지.”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를 응시했다. 가끔 그녀가 시선을 들어 그의 방을 쳐다본다는 걸 안다. 그런데 오늘은 좀처럼 고개를 들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민정이 가고 난 뒤 사무실 분위기가 묘하게 식어가는 걸 느꼈다. 혜원에게 향하는 시선에 위로가 담겨 있었다.
“하. 어찌 될 줄 알고. 그따위 눈들을 해.”
민정이 한 회장을 등에 업고 한동안 절 방해할 것이 뻔하다. 그런 쓸데없는 일에 혜원이 휘말려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좀 더 배려해 기다린다고 했지만, 이런 식이면 그가 나서야 한다. 물고 뜯을 먹잇감을 발견한 듯 흥미를 담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녀를 보호하려면…….
“내가 숨기면 안 된다는 거겠지.”
송혜원을 향한 소유욕과 집착을.
태주는 블라인드를 완전히 젖히고는 혜원의 자리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내 방으로 좀 와주세요.”
- 네. 실장님.
평소와 같은 목소리였지만 뭔가 이상했다. 혜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 수첩을 들고 걸어오는 모습에 태주는 얼굴을 굳혔다.
‘민정이 누군지 알았겠지. 또 거리를 두려고 하겠지.’
“후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태주는 혜원을 쳐다봤다.
탁.
블라인드를 손에서 놓고 책상으로 돌아가 앉았다.
똑똑똑.
“들어와요.”
혜원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태주는 그녀의 안색부터 살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조금 긴장한 얼굴로 적당히 떨어진 거리까지 걸어와 섰다.
“부르셨습니까.”
송혜원의 성격을 알기에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딴생각할 틈도 없을 정도로 몰아쳐서 혼인신고부터 할까 싶었지만.
“뭔가 오해할 거 같아서 보자고 했어.”
“오해할 게 있나…….”
“아까 온 여자가 누군지는 들었어?”
슬쩍 띤 미소가 슬퍼 보이는 건 그의 착각이 아닐 거다. 저절로 미간에 주름이 잡았다.
“응. 재원그룹 오민정 실장님.”
“맞아.”
“얼마 전에 두 사람 만났잖아.”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했어.”
“효과가 없었나 보다.”
무표정한 얼굴로 혜원은 태주를 쳐다봤다.
“오랜 시간 한태주 실장을 눈독 들이고 있다는 것과 지금……, 거절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게 중요하겠지.”
“누가 그런 쓸데없는 쓰레기 같은 이야기를 너한테 한 거야. 귀만 버렸네.”
책상을 돌아 그녀에게 다가간 태주가 그녀의 귀를 두 손으로 막았다.
“내 손을 잘라서 네 귀에 붙여줄까. 그러면 그런 헛소리 안 들어도 되는데.”
혜원은 그 말에 웃을 기운이 없었다.
“간단하게 용건을 말해. 사람들이 내가 여기 들어오는 거 다 봤으니까.”
태주가 손을 내리더니 창가로 다가가 블라인드를 한껏 올렸다. 밖에서 두 사람이 뭘 하는지 볼 수 있게.
그러더니 태주는 책상에서 서류 하나를 집어 들었다.
“수첩 펼치고 의자에 앉아.”
그의 지시에 혜원은 회의용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수첩을 펼쳤다.
서류를 들추며 태주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이런 거 정말 마음에 안 들어.”
“…….”
“너랑 나랑 사귀는 거 다 아는데 이렇게 해야 하는 게.”
“…….”
“팀 사람들한테 말했어도 좋았잖아. 다들 알면서 우리 둘이 인정하지 않으니까 널 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 거야.”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넘기며 태주가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려니 내가 속이 탄다. 혜원아.”
입술을 꾹 다물고 펜을 든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그녀를 보고 태주가 눈을 찌푸렸다.
“내가 무슨 죄짓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 눈치를 이렇게 봐야 하는 게 싫어. 내가 이만큼 참고 있다는 걸 네가 알아주면 좋겠어.”
혜원은 간신히 침을 삼키고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안다. 한태주 스타일이 어떤지.
그는 지지부진한 걸 싫어한다. 그는 뭔가 결정할 때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했으며 매번 그의 선택이 옳다는 걸 증명했다.
특히나 날 때부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던 그가 그녀 때문에 몇 발자국을 양보했는지 잘 알고 있다.
수첩에 시선을 박아 그의 시선을 피한 그녀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입술을 깨물던 혜원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재벌가의 결혼은 일반인과 다르다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에 좋아지려던 태주의 기분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는 순간 급격하게 하향곡선을 그렸다.
“난 너와 뭘 어떻게 해보려는 게 아니야. 한울그룹의 일원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과 경쟁이란 걸 하고 싶지도 않고, 난 그 전쟁에서 빠지고 싶어.”
그의 눈빛이 거칠게 일렁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태주의 눈이 사납게 변하며 입술이 심술 맞게 삐뚜름히 올라갔다.
“네가 지금 뭘 말한 건지 알아?”
그녀가 빤히 그를 응시하자 태주가 서류를 옆으로 던져버리고 몸을 세웠다. 화난 얼굴로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너, 나한테 지금 내 세컨드가 되겠다고 하는 거야?”
충격을 받았는지 혜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뭐?”
“난 널 놔줄 생각이 없는데. 네 말뜻이 그걸 내포하고 있잖아.”
“아, 아니. 나는.”
“그럼, 뭐야? 난 너 못 놔. 나한테 벗어날 생각도 하지 마. 지금 네 말은 나랑 결혼 같은 건 안 하겠다는 건데.”
그가 턱에 힘을 주자 으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당분간, 그래, 우리가 좋아 죽어도 상황 때문에 결혼을 최대한 미룬다고 쳐. 그래서? 그다음은? 그다음은 뭔데?”
“태주야.”
그의 분노가 파도가 되어 그녀를 덮쳐오자 혜원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들어 거칠게 흔들어댈 것 같았다.
“그다음은 뭔지 말해봐. 똑똑한 송혜원의 생각이 궁금해. 내가 너한테 최대한 맞추기 위해 내 성질 죽이고 있는 거 안 보여? 못 느꼈어?”
어쩔 수 없이 언성이 높아졌다. 태주의 화가 난 소리가 바깥에까지 들리자 A팀 직원들의 시선이 그의 사무실로 쏠렸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창가로 걸어간 태주가 험악한 얼굴로 블라인드를 내리려 했다.
우지끈.
단숨에 줄을 잡아당기는데 천장에 고정되어 있던 블라인드가 뜯어지며 한쪽이 내려앉았다.
“씨…….”
그가 낮게 욕지거리를 했다.
혜원이 두 손을 맞잡고는 떨리는 눈으로 태주를 쳐다봤다.
“태주야.”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험악한 표정에 혜원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신뢰가 없는 사람이었어? 지난 3년간 너, 나 봐서 알잖아. 내가 쓸데없는 일에 감정 소비하는 거 봤어?”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의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를 뚫을 듯 쳐다봤다.
그를 향한 그녀의 눈빛은 늘 안정감이 있었다. 그를 향해 예쁘게 미소 짓는 입술은 다정했고, 그를 보는 눈빛, 표정 모두 그를 친구로서 완벽하게 믿는 거였다. 그에게 무한한 신뢰와 우정을 베푸는 그녀가 좋았다.
그녀에 대한 감정이 확실해지자 친구로 지냈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신뢰와 지지, 그녀의 애정을 그가 오롯이 가질 수 있으리란 기대에 심장이 뻐근했다.
이상하게도 그녀가 그렇게 원하는 그, 한태주를 온전히 가지라는데, 눈앞에 대령해도 모른다. 태주는 그녀가 이해되질 않았다.
그녀의 감정은 분명 그에게 있다. 문젠 그녀의 머리가 지독히도, 비관적이라는 거였다.
“어떻게 된 게, 탄탄하게 잘 지냈던 우리가 갑자기 좋아한다는 감정이 끼어들자마자 모래성보다 더 허술하게 무너지는 거 같지? 내가 날 믿어달라고 했잖아.”
태주가 답답한지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넌 기꺼이 나와 함께하기로 했어! 그런데. 넌 그 똑똑한 머리로 대체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거야!”
화가 잔뜩 난 태주는 무서웠다. 혜원은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숨을 마셨다. 그가 성큼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눈 속을 파고드는 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과 같았다.
그녀의 눈을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생각을 알아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의 것을 그대로 도려낼 것처럼 태주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들여다봤다.
“너,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은 거지.”
“아, 아니야.”
혜원은 슬픈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무 저자세여서 네가 모르는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네게 예의 바르게 굴지 않을 수도 있어. 그걸 원해?”
“그, 그게 아니라. 태주야.”
손바닥을 통해 긴장으로 바들바들 떠는 그녀의 어깨가 한없이 가냘프게 느껴졌다. 욕심 없는 그녀가 처음은 좋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너무 싫다. 그를 향한 욕심이 그녀의 몸 전체를 덮고도 밖으로 흘러내렸으면 좋겠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웠으면 좋겠다.
다른 여자들이 그를 바라봤던 그 탐욕스러움이 송혜원의 눈에 들어 있는 걸 보고 싶어졌다.
한쪽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다른 팔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아 바짝 끌어당겼다. 그녀의 고개가 저절로 뒤로 젖혀지자 태주가 손을 움직여 그녀의 뒷머리를 받쳤다.
“날 가지라고 했잖아. 날 가지라고. 송혜원.”
그가 내뱉는 말이 긴 한숨과도 같았다. 애절함이 잔뜩 묻어난 목소리가 그녀의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리자 혜원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눈을 감았다. 그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기 너무 버거웠다.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킬 것처럼 내려오던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속삭였다.
“날 가져. 제발. 날 욕심내. 그래도 돼.”
통신판매 신고번호 : 제 2011-부산서구-6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