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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출석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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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숙적과의 동침 1권
고지영 지음도서출판 가하2021.06.21
| 판매정가 | : |
|---|---|
| 판매가격 | : 3,500원 |
| 적 립 금 | : 0원 |
| 파일용량 | : 955 KByte |
| 이용환경 | : PC/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타블렛 |
|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 듣기기능 | :  TTS 제공 |
| ISBN | : 979-11-300-504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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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너…… 스타감을 알아본 게 아니라 첫눈에 반한 거 아니야?”
“말도 안 돼! 나 길거리 캐스팅의 신화 신이연이야, 신이연.”
“첫눈에 반한 건데 착각해서 길거리 캐스팅 한 거 아닌가?”
진 엔터테인먼트 대표 여태진. 서른둘의 나이에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 그것도 라이벌 회사의 대표, 황금 눈썰미 신이연에게. 그때는 몰랐다. 그 잘생긴 얼굴을 스파이 짓에 써먹게 될 줄은.
그가 궁금했던 것은 시니의 캐스팅 비법이었을까, 신이연이었을까?
“괜찮아요?”
“저한테 너무 잘해주지 말아요. 착각할 수도 있으니까.”
“해도 돼요, 착각. 내가 허락할게요.”
이연은 발뒤꿈치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대가예요.”
그녀가 붉은 입술을 떼고는 속삭였다.
“착각하게 만든 대가.”
2. 작가 소개
고지영
글 쓸 때가 제일 즐거운, 어쩔 수 없는 글쟁이
골 때리게 웃긴 글을 쓰고 싶다.
인생 최종 목표는 책방 주인
▣ 출간작
만년 대리 양 대리의 본색
반항하는 신데렐라
송두리째 흔들다
언니는 연극 중
파란만장 한자 씨
그녀만 있으면 완벽한 남자
손으로 하늘을 가려라!
연하의 키다리 아저씨
3. 차례
#프롤로그
#1. 재회
#2. 양심
#3. 비밀
#4. 고백
#5. 상실
4. 미리 보기
“배우 해볼 생각 없어요?”
남자의 거침없던 발걸음이 뒤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해 멈추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이런 제안이야 수도 없이 받아본 남자였지만, 지금 이 순간 의아함을 숨기지 않았다.
“나요?”
남자의 정갈한 미간에 세로 주름이 잡혔다. 도저히 이해 불가능이라는 표정이었다.
“네. 멀리서부터 그쪽밖에 안 보이더라고요.”
자신을 불러 세운 여자는 하얗고 앳된 얼굴에 유난히 큰 눈이 매력적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긴 생머리에 하늘색 롱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향해 남자는 도도하게 자신의 의문을 밝혔다.
“나 올해로 서른둘인데요?”
나이 서른둘에 연예인 데뷔라니 보통 사람이라면 코로 웃을 일이다. 그러나 이어진 여자의 말에 남자는 코로 웃을 수조차 없었다.
“생각보다 어리시네요!”
“뭐요?”
남자는 순간적으로 욱해 눈썹을 구겼다가 폈다. 다음 순간 팔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는 남자에게 그 여자가 더욱 놀라운 소릴 들려주었다.
“저랑 동갑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
자기 나라 안에서도 컬처 쇼크를 느낄 수가 있구나 하며 점점 벌어지는 입을 주체 못 하는 남자에게, 그 어려 보이는 여자가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받아주세요.”
다가오는 출근시간의 압박에도 남자는 천천히 손을 뻗어 명함을 받았다.
SINI 엔터테인먼트
대표 신이연
‘시니?’
순간 남자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남자는 가슴 안에 이는 동요를 숨기며 흑구슬 같은 까만 눈동자로 신이연이라는 여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반듯한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이연이 큰 두 눈을 반짝 빛냈다.
“정말이지 얼굴에서 광채가 나네요. 내 살다 살다 이렇게 잘생긴 마스크는 또 처음 봅니다. 하선 닮았다는 소리 안 들어요?”
“생전 처음 듣습니다.”
하선은 CG미남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로 완벽한 외모의 미남배우였다. 남자는 의심스러워지는 이연의 안목에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이연이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어? 그래요? 우리 기획사 소속 하선이랑 꼭 닮은 것 같은데.”
‘아. 자기 회사에 하선 있다고 자랑하는 거로군?’
작게 코로 웃음을 터뜨린 남자가 다시 한 번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내가 지금 출근 중이어서요. 다음에 얘기하면 안 됩니까?”
“아, 그래요? 그럼 혹시 명함 줄 수 있어요?”
몸에 꼭 맞는 슈트 차림의 남자는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지금은 없습니다.”
대답하며 주머니로 슬쩍 집어넣은 손에 종잇조각이 닿았지만 무시했다.
“그럼, 이름이 어떻게 돼요? 이름은 알려줄 수 있죠?”
이연이 또다시 큰 눈을 굴리며 묻자 남자는 간단히 대답했다.
“여태진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태진의 주머니 속 그의 명함이 꾸깃 구겨졌다.
◇ ◆ ◇
강남 번화가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11층짜리 건물의 이름은 ‘JIN Entertainment’. 즉, 건물 전체가 이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다. S급 소속 배우만 스무 명에 달하고 지금 날고 긴다는 아이돌 그룹의 대다수가 적을 두고 있으며, 음원 파워를 가진 유명 아티스트가 적지 않게 소속되어 있는 바로 그 한국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말이다.
“이인후가 우리 쪽 계약을 거부했단 말이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들려온 반갑지 않은 소식에 태진은 꽤 오래전에 끊은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시니에서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계약금을 두 배나 불렀는데도 꿈쩍을 안 하더라고요. 그냥 무조건 시니로 가겠대요.”
비서 겸 캐스팅 매니저 학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레이 톤의 대리석 바닥과 아트 월로 꾸며진 넓은 사장실 안에 잠시 침묵이 가라앉았다.
‘시니…….’
태진은 골치 아픈 이름을 읊조리며 미간을 구겼다. 그의 곁에 앉아 분위기를 살피던 태진의 오랜 친구인 연훈이 얼른 학수를 채근했다.
“그럼 세 배를 불렀어야지.”
“세 배는커녕 열 배여도 싫대요. 진짜 앞길이 창창한 신예 중에서도 최고인 녀석인데.”
“하아, 이인후도 놓친 건가…… 쩝.”
진 엔터테인먼트의 부사장이기도 한 연훈이 안타까워 입맛만 다시고 있는데, 그때까지 아무 말 않고 있던 태진이 한마디를 던졌다.
“나…….”
연훈과 학수가 동시에 태진을 쳐다봤다.
“봤어.”
이어진 태진의 말에 연훈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누구? 이인후? 걔야 TV에 맨날 나오는데, 뭐.”
“아니.”
태진은 짧게 대답하고 바로 덧붙였다.
“이인후 낚아채간 시니 사장.”
“뭐?”
“정말요?”
연훈과 학수의 표정을 보니 큰일은 큰일인 모양이다. 연훈이 제 진한 눈썹을 벅벅 긁적였다.
“그, 카메라를 엄청 싫어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식석상에 얼굴 비친 적이 없다는 그 전설의 시니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어떻게 만났는데?”
학수 역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오동통한 두 손을 모으며 까만 소파에 앉아 있는 태진에게로 성큼 다가왔다. 덩치가 큰 녀석이 들이대니 꽤 위압감이 있었다.
“길거리 캐스팅 한 애들을 100퍼센트 스타로 만든다는 미다스의 손, 신이연을요? 대체 어떻게 생겼어요? 소문대로 뽀글이 파마를 한 아줌마예요? 아니면 12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 엄청난 오타쿠라는 소문도 있고, 병약한 미소녀란 얘기도 있던데, 정말 어떻게 생겼어요?”
“놀라지 마라.”
태진은 껄끄러운 게 있는지 뜸을 들이다, 연훈과 학수의 갈망의 눈빛에 못 이겨 툭 던지듯 말했다.
“나…… 길거리 캐스팅 당했다.”
“풋.”
“크큿.”
차마 본인 앞이라 참으려 노력했지만, 터진 웃음을 어쩌지 못해 연훈과 학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그들을 향해 태진은 시크하게 허락했다.
“이번만 봐준다. 웃을 테면 웃어라, 이 자식들아.”
“푸하하하.”
“크하하하.”
미친 듯이 웃어젖히는 그들을 보다가 태진은 낮게 혀를 차곤 가만히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의 시야로 명패가 들어왔다. ‘대표 JIN’이라 박힌.
“나이 서른둘에 데뷔하시려고? 큭, 대체 어떤 멍청한 놈이 진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캐스팅해?”
연훈이 가까스로 웃음을 삼키면서 물었다. 태진은 까칠한 눈빛으로 그를 돌아봤다.
“내 얘기 제대로 듣기는 한 거냐?”
“응?”
“그 멍청한 놈이 시니 대표라니까?”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빵 웃음이 터졌다.
“푸하하핫.”
“그래. 웃어라, 웃어. 나도 웃기니까.”
아침에 만난 시니 대표의 작고 말간 얼굴이 떠올라 태진은 피식거렸다. 그러자 학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근데 못 알아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대표님도 워낙 공식석상엔 잘 안 나타나시는 데다, 가시더라도 늘 바람처럼 금방 사라지시니까요. 그리고 길거리 캐스팅 역시 무리는 아니에요. 저도 가끔씩 대표님이 탐날 때가 있거든요. 대표님 주제에 너무나 섹시해서.”
학수의 작은 눈이 태진의 선명하고 서늘한 눈매에서 높은 콧대, 도톰한 입술, 샤프한 턱선을 따라 셔츠 사이로 보이는 목울대까지 슥 훑었다.
“다시 한 번 말해볼래, 차학수?”
태진이 눈썹을 구기자 학수가 두 손 올려 방어 자세를 취하며 물러섰고, 이번엔 연훈이 태진을 놀렸다.
“미다스의 손한테 찍힌 거니까 너 이제 스타 되는 거야? 이거 미리 사인이라도 받아둬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일단 여기다 사인 좀 해줄래? 응?”
탁자 밑에 있던 이면지를 대충 집어 내미는 연훈에게서 종이를 빼앗으며 태진이 소리쳤다.
“미다스의 손은 무슨! 나한테 하선 닮았다고 하더라!”
“어랏!”
연훈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곧 능글맞게 놀려댔다.
“이 자식, 이거 은근히 지 자랑하는 거 봐.”
“그러게요. 우리나라 최고 미남배우 닮았다니까 좋으셨나 봐요.”
학수도 신나서 거들었다. 태진은 울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아니라! 내 어디가 하선을 닮았다는 거냐고! 그렇게 보는 눈이 없는 작자가 어떻게 업계 전설인 건데? 게다가 소속된 애들이 하선이랑 송아준, 이번엔 이인후까지……! 알맹이들만 쏙쏙 골라 데리고 있잖아, 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피사의 사탑 같은 기획사에서!”
태진이 열변을 토해내자, 연훈도 학수도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게요. 진짜 어떻게 유지하는 걸까요?”
“으음. 하긴, 하선은 계약 만료 전에 이미 계약을 갱신했다는 소문이 돌았잖아? 우리 쪽에서 업계 최고 계약금을 부르는데도 쳐다도 안 보고.”
“신기하긴 하네요. 그 시니 사장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고개를 갸웃하는 학수의 뇌리에 태진이 했던 말이 스쳤다. 그가 얼른 태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시니 사장 봤다고 하셨죠? 어떤 사람이었어요?”
“맞다. 캐스팅까지 당했으니 얼굴 자세히 봤을 거 아니야? 어땠어?”
연훈까지 가세해, 태진은 입술을 달싹이다 운을 뗐다.
“그냥, 되게 평범한 여자야. 얼굴 좀 작고 하얗고 눈 크고 코 오똑하고 치아가 가지런하고 입술은 얇은 편이고 키는 160대 중반인 것 같고, 어깨가 좀 동그랗고 전체적으로 가늘고 여린…….”
열심히 말을 잇던 태진은 점점 일그러져가고 있는 연훈과 학수의 표정을 발견하고 입을 멈췄다.
“참 자세히도 묘사해주네. 나 지금 그 사장 그리라면 그리겠다, 야.”
“전 지금 나가서 찾아오래도 찾아올 수 있겠는데요?”
“아이! 암튼!”
태진은 서둘러 화제를 바꾸기 위해 일 얘길 던졌다.
“이제 곧 있으면 천재 MC 송아준이 FA 시장에 나오는 거 알지? 이번엔 진짜 우리가 데려와야 해!”
“그렇지만 어떻게? 저번 계약 때도 우리는 거들떠도 안 봤다니까? 또 시니랑 바로 재계약하는 거 아니야?”
연훈은 답답하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학수도 미간을 찡그리며 입을 뗐다.
“암튼, 시니는 정말 미스터리한 회사예요. 스타들 귀신같이 발굴해내는 거 봐요. 아까 대표님 얘기 들어보니까 시니 사장이 보통 미인이 아닌 모양이던데, 혹시 마성의 여자인 걸까요?”
“야, 야. 미인 아니야.”
태진은 가볍게 부정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가볍게 무시당했다.
“그러게. 캐스팅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특별한 비법이 있나? 미인계 쓰나?”
“야, 야. 내 말 듣고 있어? 안 예쁘다고, 진짜.”
재차 부정했지만 이는 연훈의 고함에 묻히고 말았다.
“아!”
“아 깜짝이야.”
깜짝 놀라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태진의 어깨를 덥석 잡으며 연훈이 소리쳤다.
“네가 직접 들어가보면 되잖아!!”
“뭐? 내가 어딜……?”
“길거리 캐스팅 당했다며?”
순간 눈썹을 구기다가 학수마저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것이 보이자 태진은 불길한 예감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야, 야. 나 이 회사 대표거든? 그런 내가 다른 기획사에 가서 스파이 짓을? 웃기는 소리 마라.”
“그래. 회사 대표니까 우리 회사를 위해 희생 한 번만 해줘.”
“그래요. 어차피 그쪽이 먼저 캐스팅한 거잖아요. 나중에 대표님 정체 밝혀져도 그쪽 책임이 크니까 딱히 문제 될 것도 없잖아요?”
죄어들듯 다가오는 연훈과 학수를 향해 두 주먹과 두 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태진은 저항해보았다.
“야, 야! 안 비켜? 너네 확 다 짤라버린다!”
통신판매 신고번호 : 제 2011-부산서구-6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