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여보. 우리 딸이에요.”

폭풍우에 아이를 잃고 괴로워하던 틸브렌 영주의 아내 메를린은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다친 채 해변에 떠밀려 온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는 인간이 아니라,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노래해 사람들을 꾀어 잡아먹는 바다 괴물 ‘세이렌’이었다. 자신과 똑 닮은 검은 머리카락을 보며 죽은 자식을 떠올린 그녀는 다른 사람에겐 세이렌이라는 것을 숨긴 채 그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키우기로 결심하는데…….

작가 소개

지은이 : 진보람

주인공을 괴롭히는 건전한 취미가 있습니다.

목차

틸브렛 소나타 1권

Prologue

Chapter 1

Chapter 2

책 속으로

발견 당시 네리스는 정상적인 조난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본 적은 없었지만 익히 들은 바가 있어, 아니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기겁한 아니타는 그것에 다가가려는 메를린을 말렸으나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괴물이라,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반신은 인간과 같았는데 물에 잠겨 있는 하반신은 인어의 것이었다. 인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메를린은 그와 같은 생명체를 본 적이 없었다.

―이게 세이렌인가요, 아니타?

―저도 본 적은 없어서……. 근데 위험할 것 같아요.

―위험한 것 같지 않아요. 다친 것 같기도 하고…….

메를린은 신기하다는 얼굴로 사람의 형상을 한 옆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와 똑같은 검은 머리에 어쩐지 정이 갔다. 그것은 천천히 눈을 떴으나 정신을 차리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메를린은 몸을 숙여 괴물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애썼다.

―엄, 마…….

메를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괴물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시 눈을 감았고, 썰물 시간이라 물은 빠르게 빠져나갔다. 바닷물이 닿지 않은 자리는 사람과 똑같았다. 심지어 인어의 형상을 하고 있던 하반신도 인간의 형체를 갖추었다. 메를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를 엄마라고 불렀어요.

―부인. 위험하니까 제발 돌아가요. 예?

―아니타. 나를 엄마라고 불렀다고요. 바다에서 돌아왔어. 내 딸이 돌아왔어요! 신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셨어요. 아이를 돌려주셨다고요.

―부인! 이건 세이렌이에요. 괴물이라고요!

―바다에서 죽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다시 내게 돌아오려면 살아 있어야 하니까. 맞아. 1년쯤 지났으니 이 정도 컸을 거예요.

아니타는 메를린의 눈에서 기이한 열망을 발견했다.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착각과 더불어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인 모양이었다. 아니타는 고개를 저으며 메를린을 말렸으나 그녀는 덮고 있던 숄로 아이를 가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을 불러와요. 이 아이에 관해서 입 잘못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