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 그룹 생산성 본부 컨설팅 팀의 우태규 팀장

가장 아름다운 신체 비율은 1대 1.618이라던가? 이른 바 신이 내린 황금비율이라는 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서만 볼 법한 그 황금비율의 몸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중이다. 

얼굴 작고 키 크고 팔다리 길고 떡 벌어진 어깨, 잘록한 허리 라인, 균형 잡힌 몸매와 기럭지와 비율……. 

올해 나이 방년 스물여섯으로 설이경, 

갓 대학을 졸업하고 이곳 C&R 그룹 컨설팅 팀에 새내기로 입사

C&R 그룹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생산성 본부 컨설팅 팀에 당당히 입성했다

하지만 컨설팅 팀에 저런 괴물이 있을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번 일로 나한테 엿가락처럼 들러붙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그런 거 딱 질색이니까.”

“아…….”

어쩐지 뒤통수를 망치로 쾅, 하고 얻어맞은 기분에 이경은 한참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날 좋아하지 마.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난 책임질 수 없어.”

‘기가 막혀!’

수줍은 여고생처럼 배 앞에서 맞잡은 손을 배배 꼬며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도 아닌데 단칼에 잘라버렸다. 물론 C&R 그룹의 컨설팅의 왕 킹카인 냉 팀장을 보고 마음이 설레지 않으면 여자가 아니라는 말도 있으니 이경도 당연히 냉 팀장 우태규에게 동경 1/4, 존경 1/4, 그리고 정체 모를 뒤범벅된 감정이 1/2였다. 물론……. 좋아할 수도 있다. 아니,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나? 

‘아악, 모르겠어!’

자신의 마음조차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혼란스러운 이경은 와락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이런 문제는……. 지금까지 금기사항이었다고 할까? 그에게 끌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두 눈 제대로 박힌 여자라면 누군들 그러지 않겠는가? 입사 초기에 카리스마 있는 팀장인 그에게 홀딱 빠져 꽤나 밤잠 설쳐댄 적 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입사 동기인 지혜나 유리 역시 저 냉 팀장 때문에 가슴앓이 한 번씩은 모두들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는 하늘같은, 어떨 때는 하늘보다 더 높은 상사요, C&R 그룹의 없어서는 안 될 기둥이라, 그런 느낌은 멋진 가수를 보고 상사병 앓는 늦깎이 팬들이나 다름없었다. 

손이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까? 여하튼 한 번도 그를 손에 닿을 수 있는 이성으로 생각해 본 적 없어서 정확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고백의 ㄱ자에 대해 꺼내 보지도 못한 이경으로서는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왜 대답 안 해?”

마치 그럴 마음이라도 정말 품고 있었느냐는 듯 냉 팀장이 힐난하는 어조로 물었다. 

“네? 넵!”

이경은 저도 모르게 사무실에서 하던 큰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냉 팀장은 대답 한 번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다시 일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