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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기린왕의 상아 2
깡다케이 지음가하에픽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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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평점 | :  [참여수 0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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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 979-11-295-0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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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소개
“네 마음이 변할까 봐 그게 무서운 것 같아.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널 많이 품고 있는 것 같거든.”
나투 제국 사하 기(麒) 가문의 당주, 세이란. 어느 날 세이란은 황제의 모략으로 거의 죽은 목숨으로 쫓겨나 예국 선왕의 아들 류아신을 만나 그와 마음을 나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모든 것이 하룻밤 동안 꾼 꿈이 아닌가! 게다가 그 꿈은 바로 세이란 가문 당주만이 미래를 예견하며 꾼다는 예지몽이었다.
황후가 된 여동생까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불길한 예지몽. 결국 세이란은 예지된 미래를 제 힘으로 바꾸기 위해 쿠혼 산맥 너머 예국 땅으로 꿈속의 남자 아신을 찾아 길을 나서는데…….
결말 없는 아신에 대한 예지몽은 그를 만나지 말라는 암시였을까? 그럼 왜 꿈에 나타난 거야? 만나 보라고 꿈에 나온 게 아닌가? 자꾸만 엇나가려고 하는 만남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세이란조차 해석이 난해한 제 예지몽을 곱씹어본다.
“그 말 믿어도 돼요? 정말 일부러 피한 건 아니란 거죠?”
“아니라니까.”
“근데 지금은 왜 슬금슬금 물러나지?”
피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세이란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뒤로 몸을 뺀다. 이건 피하는 게 아니면 뭔가.
“지금 네 모습을 봐. 내가 물러나게 생겼나, 안 생겼나.”
그 말을 하며 아신이 한 손을 들어올려 그의 두 눈을 가린다.
※ ‘가하 에픽’은 다양한 시대, 색다른 소재,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출판 가하의 새로운 브랜드입니다. 로맨틱한 판타지가 가득한 가하 에픽, 지금 만나보세요!
2. 작가 소개
깡다케이
반짝거리고 예쁜 로맨스가 좋아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 조아라(www.joara.com)에서 연재 활동 중입니다.
▣ 출간작
템페스트
야만과 이체
기린왕의 상아
3. 차례
#04. 上行 - 유람객려
#05. 대면 - 남녀관계
#06. 비녀 - 월하정인
#07. 連緣 - 류 세이란
#08. 왕족 - 고도순화(高度馴化)
#09. 왕궁 - 우기동조(牛驥同皁)
#10. 출진 - 문곡전투
#11. 溺愛 - 천장지구(天長地久)
#12. 평아 - 망매지갈(望梅止渴)
#13. 하름 - 취중진심
#14. 리인 - 형제관찰
4. 미리 보기
‘응?’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기에 사람일 거라곤 생각지 못하고 너구리나 그런 걸 줄 알았다. 근데, 어둠 속에 어렴풋이 보이는 옆모습은 아무리 봐도, 아신이다.
신기루를 보기엔 지나치게 정신이 또렷한 세이란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한동안 숨죽인 채 관찰을 하고 있지만 몇 번을 봐도 아신이 맞기에 잔물결 일지 않도록 조심조심 물살을 헤쳐 그에게 다가갔다.
“아신!”
“아, 깜……짝이야.”
놀래켜 줄 생각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놀랄 거라곤 생각지 못한 탓에 세이란도 덩달아 어깨를 떨고 말았다.
“뭐야? 누구……. 세이, 란?”
“깜짝이야, 아신 때문에 내가 더 놀랐잖아요.”
“……진짜 세이란이야?”
“가짜 세이란은 누군데요?”
조금 황당하다. 어째서 이 남자와는 매번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벌써 몇 번째인가, 아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평범하지 못하니 서로 안 맞아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든다.
“진짜고 가짜고 간에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양진으로 가기로 했잖아.”
놀란 마음을 추스르자마자 그녀를 향해 잔소리를 시작하는 아신에게 세이란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묵비권을 행사할 수만도 없어서 부루퉁한 얼굴로 입을 연다. 모처럼의 재회가 기쁜 건 세이란뿐인가 보다.
“가려고 했어요. 조금 여유를 두고 천천히.”
“양진까지 가는 데 얼마나 여유를 두면 아직도 여기에 있을 수 있어? 그리고 여긴 양진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잖아.”
온천을 따라 올라왔으니 양진 가는 방향은 분명 아니다. 근데 그 말을 세이란에게 하기 전에, 본인부터 왜 이곳에 있는지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는 당신은 왜 여기에 있어요? 나한텐 라한으로 가라고 하더니.”
그제야 아차 싶은지 그가 혀를 차며 그녀를 외면한다. 그런 아신의 모습을 보니 속에서 울컥 뭔가가 올라왔다.
“혹시 나 피해요? 그래서 다른 데로 도망…….”
“그게 아니야. 라한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사정이 생겼어.”
“무슨 사정이요?”
부상으로 인해 이른 소집해제와 함께 장계를 수도인 유람에 전하란 명을 받았다고 하는데 뭐라고 대꾸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럼 어쩔 수 없었겠다며 물러나야 옳은 걸까?
“유람으로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야.”
“내가 그대로 라한으로 갔으면 또 한참 못 만났겠네요?”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한참 만나지 못하는 데엔 동의를 하는 모양이다.
“금방 다시 만날 것처럼 말하며 라한에서 보자고 해놓고선.”
“유람에서의 용건이 끝나면 라한으로 갔겠지. 내가 유람으로 갈 줄 알았으면 네게 왜 라한으로 가 있으라고 했겠어? 유람으로 가라고 했겠지.”
재회의 순간이 이처럼 놀랍고, 신기한 건 만남이 없을 인연을 세이란이 억지로 붙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라한으로 가려고 했을 때, 일부러 기산 행(行)을 택하지 않았다면 아신을 만났을까? 아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의 말대로 라한으로 갔다면 이번에도 아신을 놓쳤겠지.
결말 없는 아신에 대한 예지몽은 그를 만나지 말라는 암시였을까? 그럼 왜 꿈에 나타난 거야? 만나보라고 꿈에 나온 게 아닌가? 자꾸만 엇나가려고 하는 만남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세이란조차 해석이 난해한 제 예지몽을 곱씹어본다.
“그 말 믿어도 돼요? 정말 일부러 피한 건 아니란 거죠?”
“아니라니까.”
“근데 지금은 왜 슬금슬금 물러나지?”
피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세이란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뒤로 몸을 뺀다. 이건 피하는 게 아니면 뭔가.
“지금 네 모습을 봐. 내가 물러나게 생겼나, 안 생겼나.”
그 말을 하며 아신이 한 손을 들어올려 제 두 눈을 가린다. 여자의 나신을 보는 게 처음도 아닐 텐데 쑥스러움을 타는지 괜히 신경질을 부린다. 물 위로 어깨가 훤하게 드러나 있으니 아신이 그렇게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아래에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피하는 아신이 귀여워 그에 대해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의 눈을 가리는 손을 끌어 내리며 좀 더 그에게 밀착한다. 그러자 아신이 긴장한 듯 몸을 굳히는 게 느껴진다.
“남자들,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
세이란이 놀리듯 묻자 아신이 인상을 찌푸린다.
“뭐라는 거야, 안 좋아해.”
“진짜 안 좋아해요? 아신이 이상한 게 아닐까?”
“아, 그래. 내가 이상한 거 할 테니까, 이제 그만 좀!”
결국 세이란의 어깨를 붙잡아 다가오는 걸 막아 세우는 아신이다. 맨살에 닿는 감각이 적나라한지 살짝 건드리기만 한다. 그러니 무슨 힘이 들어가겠는가. 아신이 그렇게 나오니 놀려주고 싶은 마음만 무한으로 샘솟는 세이란이다.
그래서 좀 더 다가가려 그에게 손을 뻗으려는 찰나,
“교위님,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무슨 문제라도…….”
남자의 목소리가 세이란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아신만 있던 것이 아닌지, 제삼자가 나타나 그들 사이의 대화에 끼어드니 당황스러워 소리 난 방향을 쳐다보던 세이란은 아신에게 아주 큰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무슨 일이냐 묻는 남자의 말이 들리기 무섭게 아신은 그녀를 목소리 낸 자로부터 단단히 숨겨버렸다. 바로, 물속으로.
숨길 데가 마땅치 않았고, 세이란의 차림이나 정황이 보는 이로 하여금 오해를 사기 충분할 만큼 외설적이기에 그녀를 숨기고자 했던 아신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물속에 밀어 넣을 수 있는 건가. 덕분에 예고 없이 강제로 잠수당해 물을 마시게 된 세이란이다.
도대체 얼마 동안 물속에 잠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읍, 콜록콜록……. 아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니 막힌 숨이 터져 나와 목과 코가 다 아팠다.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혼자 온 거 아니었어요? 아, 코가 너무…… 매워요. 눈물도 나.”
물을 먹어 콜록거리는 세이란의 등을 토닥이며 그가 진심으로 미안한 듯 사과를 했다. 그리곤 방금 전 상황을 세이란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설명한다.
“몸이 이러니까, 유람까지 호위를 위해 함께 가는 자가 있어.”
유람까지의 거리와 아신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호위가 하나가 아니라 다섯 명 이상은 붙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라한까지 가는 길에도 두 명의 병사를 호위로 동행케 했던 하름의 처사치고는 지나치게 성의가 없어 묻자 대외적으로 호위라 말할 뿐, 아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기 위한 감시라고 말한다.
“그럼 저 호윈지 감신지 모를 사람이랑 유람까지 간다는 건데, 여기서 날 숨기는 의미가 없잖아요.”
“지금 네 꼴을 누구한테 보이란 거야? 근데 유람까지 따라가려고?”
“그럼 나 혼자 라한으로 가란 거예요?”
이미 호위는 사라지고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혹시 그가 들을 새라 조용히 목소리를 낮춰 같이 가겠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나 막지 말아요. 같이 갈 거야. 근데 무슨 호위가 저렇담? 혼자 호위를 전담하고 있으니 밀착보호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아무 기척도 없으니 당신 혼자 있는 것 같잖아요.”
실제로 그런 줄 알았다. 세이란이 나타났는데도 뒤늦게야 무슨 소리 나지 않았냐며 다가오는 정도이니 이건 호위라고 말할 수 없다.
“말했잖아, 호위가 아니라 감시라고. 날 보호해야 할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아니까 저처럼 태연히 물러나 있는 거지.”
“만약을 대비하는 게 호위의 역할이잖아요. 여기 나타난 게 나라서 그렇지, 나 말고 자객이 숨어 있다가 당신 목에 칼이라도 겨눴으면 어쩔 뻔했어요?”
아신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세이란을 내려다본다. 부상자에, 대수로울 것도 없는 호위 하나를 상대로 뭘 어렵게 자객까지 풀겠냐는 것이었다. 정면으로 나타나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일을 왜 굳이 번거롭게 만드냐는 것이었다. 자기 일인데 되게 담백하게 말한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구나.”
“그랬는데 네가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네가 내 목이 목적이었다고 하면 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겠네.”
그의 자조적인 말투에 세이란이 간헐적으로 콜록거리다 겨우 목을 가다듬고 대꾸한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물론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놓고 몸이 목적이었다고 말하기엔 내가 좀…….”
“…….”
“뭐예요, 그 표정은?”
뭔가 기묘한 얼굴을 하고 세이란을 바라보던 아신이 그녀를 슬쩍 밀어낸다.
“역시 너랑은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
“왜요! 뭐가 문제야, 몸이 목적이냐고 물어본 건 당신이잖아요.”
“내가 언제? 목이 목적이었던 거냐, 물었던 거지.”
그 말을 곱씹던 세이란이 말문이 막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뒤늦게 손뼉을 치며 방금 전의 대화를 정정해 묻는다.
“귀에 물이 들어가서 그래요. 잘못 들을 수도 있지. 어차피 목이나 몸이나,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의미가 다르잖아.”
고개를 갸웃하며 그가 밀어낸 만큼 다시 다가서는 세이란이다.
“뭐가 달라요?”
굳이 그 의미까지 따지고 싶지 않은 세이란이었고, 그런 세이란의 천연덕스러움이 당황스러운 아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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