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뭐야?”

“너가 아니라, 그쪽 보디가드입니다.”

“어떻게 들어온 거야?”

“밤 되면 몸이 투명인간으로 변해요.”

“나가, 신고하기 전에.”

자신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만 살아가는, 외로운 남자 윤공현

그리고 오랜 시간 살해 위협을 받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투입된 설이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함께 하게 된 그들에겐 크나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

힘겹게 세상과 싸워야 하는 남자와 그를 지켜야만 하는 그녀

공현과 이준의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사랑 이야기!

[본문 내용 중에서]

“다녀올게요, 사장님. 정신 잃으면 안 돼요. 그동안 살아 있어요.”

공현은 대답할 힘도 없는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은 마치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주먹을 불끈 쥔 채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문이 닫혔다. 공현은 이준이 사라진 문을 뒤늦게 바라보았다.

쿵. 쿵. 곧 부서질 것처럼 창고가 흔들렸다. 한 시간은 버틸 수 있을까? 아니, 30분도 버티기 힘들 거다, 이 속도로 가다가는. 셔터가 부서지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상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상처를 감싼 손에 힘이 점점 풀려갔다. 배를 가리고 있던 공현의 손에 힘이 풀리면서 티셔츠 사이로 칼자루가 불쑥 튀어나왔다. 공현은 암담한 얼굴로 자신의 배에 꽂혀 있는 칼을 보았다.

‘오랜만이야’라고 살인자가 말한 순간, 뱃속이 차가워졌다. 동시에 이물감과 함께 고통이 밀려들었다. 순식간에 상황이 파악됐다. 더욱 거센 고통이 밀려들기 전에 공현은 운전석에 올라탔다. 일단 차 문을 모두 잠근 후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시동을 켰다. 움직일 때마다 배에서 피가 울컥거리며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을 살인자는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피는 오랜만이야, 라는 듯이.

공현은 곧장 차를 움직였다. 너덜거리는 타이어 때문에 온몸이 덜컹거렸다. 고통은 수배가 되었다. 공현은 절뚝거리며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다 떨리는 손끝으로 핸들을 쥐었다. 그는 보란 듯이 자동차로 걸어오고 있었다. 네가 날 칠 수 있겠어? 그는 온몸으로 공현에게 그렇게 물었다. 공현은 뒤를 돌아 잠들어 있는 이준을 보았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공현은 자동차로 남자를 밀쳤다. 그러나 끝내 밟아버린 브레이크 때문에 남자는 뒤로 밀려 저만치 날아가는 정도였다. 욕을 뱉으며 공현은 곧장 차를 돌려 셔터가 열려 있는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에 들어가자마자 자동차는 연기를 내뿜으며 그 상태로 퍼졌다. 공현이 자동차 운전석에서 내리자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구만.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어. 하하하하!”

공현은 창고를 향해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다 온 힘을 다해 셔터를 내렸다. 웃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남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창고를 향해 달려왔다. 간발의 차로 아슬아슬하게 창고의 셔터를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는 다섯 개의 잠금장치로 셔터를 잠갔다. 그 이후 공현은 탈진 상태가 되어 꼼작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까 이 창고의 셔터를 열어둔 것니 행운이었다. 이 곳은 6.25를 겪은 후 전쟁 혹은 각종 재난에 트라우마가 생긴 공현의 조부가 설계한 별장이었다. 그 때문에 별장, 창고들은 각기 벽을 가장한 문, 비상식량, 혹은 기타 등등의 트랩들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창고의 비밀을 발견하고 알고 있는 사람은 공현뿐이었다. 친부의 폭행으로 인해 어디론가 숨고 도망치는 것이 일상이 된 그가 여느 때처럼 창고에 숨어 있다가 발견한 장소였다. 그는 몇 번이나 이곳에 숨었고,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는 비밀 창고를 가진 것에 만족했다.

과거의 일을 생각하던 공현은 기가 막히다는 듯 픽 웃었다. 아이러니했다. 친부로 인해 죽게 된 와중에 친부에 의해 발견된 통로로 도망칠 수 있게 되다니.

공현의 입가에서 웃음이 파스스 사라졌다. 계절에 맞지 않게 공현의 이마에서 땀이 뚝뚝 흘러내렸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고, 의식이 희미해지려 하고 있었다.

[프로필]

이채영

어제보다 오늘 더 발전하길 소망하는 사람.

아직은 쓰고 싶은 글이 많은 사람.

◆ 출간작

스타일리스트/바람둥이와 바람둥이/사소한 로맨스/물들다

그들의 전쟁/지금 이 순간

[목차]

-1권-

1. 강.남. 보디가드 설이준

2..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촌 동생

3. 감기약의 정체

4. 들킨 비밀

5. 들킨 비밀, 그리고…….

6. 당하다

-2권-

7. 올가미

8. 소용돌이치는 일

9. 제발

10. 역전 (1)

11. 역전 (2)

12. 형벌

13. 10점

14. 청혼

15. 우리만의 결혼식

16. 에필로그.

-합본-

1. 강.남. 보디가드 설이준

2..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촌 동생

3. 감기약의 정체

4. 들킨 비밀

5. 들킨 비밀, 그리고…….

6. 당하다

7. 올가미

8. 소용돌이치는 일

9. 제발

10. 역전 (1)

11. 역전 (2)

12. 형벌

13. 10점

14. 청혼

15. 우리만의 결혼식

16.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