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자꾸 겹치면 필연이랬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우연.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꼭 만나야 하는 사람처럼 어딜 가든 그가 보였다.

이젠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부터 찾는다.

우연처럼 그녀의 마음이 그를 쫓고 있었다.


우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우연이라기엔 연속되는 만남이 꼭 운명을 말하는 것 같았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시선 속에 들어오는 그녀를 오늘도 만났다.

이젠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찾는다.

우연처럼 그의 눈이 그녀를 쫓고 있었다.



홍다진, 이준열.

운명처럼 얽히고설키는 인연이 시작된다.



-본문 중에서-


다진은 휴대폰으로 지금 가고 싶은 곳의 주소를 검색했다. 내비게이션에 경로를 검색해놓고 바로 준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막 11시를 넘어선 시각.

-여보세요?

“저에요.”

-벌써 촬영 끝났어요?

“네. 뭐하고 있었어요?”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어디에요?

“준열 씨.”

-네?

“스무고개 뭔지 알죠?”

-질문 스무 개 해서 생각하고 있는 게 뭔지 맞추는 거요?

“네. 우리 그거 할래요?”

바로 답이 들리지 않았다. 다진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좋아요. 생각 했어요?

“네.”

-하나. 먹는 거예요?

“아니요.”

-둘. 특정한 장소에요?

“네.”

-셋. 어떻게 갈 거예요?

“차로 직접 운전해서 갈 거예요.”

-넷. 누구랑 가요?

“혼자요.”

-다섯. 얼마나 있다 올 거예요?

“오늘 올 거예요.”

-여섯. 바다에요, 산이에요?

“바다는 아니고, 산도 아니지만 산에 가까워요.”

-일곱. 즉흥적으로 가는 거예요, 계획적으로 가는 거예요?

“즉흥적이에요.”

-여덟. 가본 적이 있는 데에요?

“가본 적은 없어요.”

-아홉. 가는 목적은?

“느긋하게 걷고 싶어서요.”

-열. 어느 시에 속해 있어요?

“경기도요.”

-열하나. 유명한 곳이에요?

“아마도…… 그럴 거예요.”

-열둘. 다진 씨, 지금 어디 있어요?

“서울 북촌이요.”

-열셋. 거기서 목적지까지 소요 시간은요?

“내비게이션에 1시간 30분 예상 시간 나와 있어요.”

-열넷. 어느 고속도로 이용해요?

“춘천 고속도로요.”

-열다섯. 수목원이에요?

코끝이 찡했다.

“네.”

-열여섯. 국립이에요?

“아니에요.”

-열일곱. 가평이에요?

목이 메어 선뜻 답이 나오질 않았다.

“네.”

-열여덟. 내가 갈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아랫입술을 잘근 문 채로 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열아홉. 이따 봐요. 스물. 꼭 갈게요.

답도 하지 못하고 다진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눈물이 차오르는 걸 참아냈다. 부디 그가 다진이 생각한 그곳으로 향하기를 바랐다. 간절히. 온 마음을 다해. 그를 만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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