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의 망나니 왕자 때문에 희생된 여인으로 인해 마녀의 저주가 휩쓴 나라.
강한 힘을 가졌으나 저주로 짐승이 되어버린 남자와 그를 구할 수 있는 단 한사람!

왕국의 모든 사람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저주가 지나간 후 마녀가 살던 숲에 새로 들어와 사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강한 능력을 지닌 귀족이었지만 그의 신부가 된 여자들은 모두 그를 떠났고 그에겐 여자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소문이 나돈다.

저주에 휩쓸려 어머니의 힘이 깎이고 형제들이 죽으며 몰락한 가문, 그러나 힘을 가질 가능성이 없는 팸.
팸은 마지막 수단으로 가문을 위해, 그리고 어린 남동생 타이를 위해 그에게 바쳐지는 정부 중 하나가 되기로 계약한다. 어느 여자도 한 달을 넘기지 않았다는 악명 높은 그에게로.
그녀는 그의 옆에서 가장 오래 버티는 정부가 되기 위해 간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옆에서 1년을 더 버티리라.
반드시…….

-본문 중에서-

“팸, 어서 오너라.”
하루가 다르게 유난히 수척해지시는 어머니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까맣게 보였다.
“네, 어머니.”
어머니의 메마른 표정이 또 나를 훑는다.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무엇인지 안다.
언니나 오빠 대신, 아니면 두 여동생들 누구든 그 애들 대신 차라리 내가 죽었다면……. 능력도 아무것도 없으면서 가치마저 떨어뜨려 쓸모가 없게 된 내가 차라리……!
언니 오빠가 살아 있을 땐 이런 나라도 상관없었다.
그저 가문에 그런 이가 있었구나, 혹은 있었나? 해도 모를 만치 존재감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필요치도 않았다.
그런 내가 살아남았다.
그런데다 그런 나의 죄까지 감싸 안으시느라 가문이 이 지경이 되었다.
어머니가 그런 자를 받아들이신 것은 나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다 나 때문인 것이다.
“팸…….”
“네, 어머니.”
오늘따라 어머니께서 유난히 망설이시는 것 같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걸까. 예전의 어머니는 결코 이런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었다. 과거의 영광과 비교되어 더욱 가슴이 죄어졌다. 그렇지만 어머니께 그런 모습을 보일 수야 없다.
나는 입술을 양 옆으로 눌러 미소를 만들었다.
“네가 어려운 일을 해줘야겠다.”
어머니의 쓸쓸한 표정에 난 먼저 대답했다.
“……네, 어머니 할게요.”
“내가 아직 뭘 하라는 건지 말하지 않았지 않느냐.”
“무슨 일이든 할게요, 어머니. 말씀하세요.”
“너를 욕되게 하고 귀족으로서의 긍지를 버려야 한다.”
“…….”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왠지 무슨 일을 하라는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벌벌 떨리는 손을 손으로 서로 꼭 누르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게요, 어머니.”

전은정
*출간작
<강희>

미디어 리뷰가 없습니다.

별점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