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때로는 겁나게 유치하면서도 앙큼한 신혼 이야기!

요즘 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는, 단지 뼈대있는 양반가문의 자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가 진 빚 대신 차압 딱지 붙여져 시집온 파란만장 심청과 신분에 한 맺힌 할아버지로 인해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 채무자와 반강제로 결혼한 왕싸가지 킹카 유신!

그들의 깜찍한, 그러나 가끔은 끔찍한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 잠깐 맛보기

“지랄한다, 지랄을 해. 기회를 준다고 네 그 된박 같은 얼굴이 문군영이 되냐? 이거 공부 잘했다는 것도 순 구라 아니야?”

문구멍인지 문구녕인지 그게 어떻게 생겨먹은 계집애인지 내 알 바 아니다만, 나 공부 하나는 끝장나게 잘했거든.

심청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자기 신부보고 된박이라고 해봐야 저만 비참하지. 심청은 ‘된박이든 호박이든 어떻게 불려도 상관 없으니 네 마음대로 하세요’라며 배짱을 튕겼다.

“아직 빚 청산해 준다는 각서 안 넘어간 걸로 아는데 가서 당장 결혼식 엎어 버려, 말아? 내가 날 희생하면서까지 이런 된박하고 살 필요가 없잖아. 안 그러냐, 민뚱아!”

협박을 가장한 혼잣말에 심청은 호흡이 턱 막혀 왔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놈의 소맷부리를 잡았다.

이거 완전 ‘서방님!’, ‘놓아라!’ 심순애, 이수일 버전이 따로 없다. 이런, 우라질!

“유, 유신아, 친척 어른들도 오셨는데 갑자기 결혼식 취소하면 집안 망신이잖아. 우리만 생각할 게 아니라 어른들 생각도 해야지.”

“이거 말도 더듬네. 허, 이거 완전 사기 결혼 하는 거 아니야?”

놈의 억지에 심청은 참을 ‘인’ 자를 새기고 또 새겼다. 비록 지금은 이런 수모를 겪지만 언젠가 네놈한테 몇 곱절, 아니, 발이 손이 되도록 빌게 해 줄 날이 올 거다. 그 때까지만 그렇게 멋대로 까불어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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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19장

* 이 전자책은 2005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청실홍실〉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