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과 광기 어린 욕망이 공존하는 강렬한 감정.

치우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낯익은 한 얼굴을 발견한다. 정승현. 남자 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는 오래 전, 골목길에서 부딪쳤던 바로 그 소녀였다. 치우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그녀를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그런 그의 결심은 승현의 순수한 매력 앞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처음엔 우연으로, 그 후엔 운명에 이끌린 두 사람은 서로만을 바라보는 연인이 된다.
하지만 얼마 후 외삼촌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치우는 그 죽음의 원인인 자신의 부친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그 위험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승현과 이별하기로 마음먹는다.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안고 했던 이별, 그러나 5년 후 두 사람은 거래처의 이사와 비서로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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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은 단 1분도, 아니 단 1초도 치우와 함께하고 싶지 않았다. 왜 이런 난처한 상황이 자꾸 닥치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제발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 버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바보같이 그것조차 하지 못했다.
늪처럼 깊고 음울한 암갈색 눈길이 얼굴에 와 닿는 순간,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것처럼 심장이 서걱거렸다.

“이건 엄연한 협상이니까. 설마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서 빈손으로 온 건가?”

“당신하고 협상 같은 거 할 생각 없어요.”

치우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길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뿜어내며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유감이군. 난 네 요구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거든. 차라리 협상이라고 했으면 나았을 텐데. 그럼 적당한 절충안을 내놓을 생각이었거든.”

승현은 말없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순진하기만 하던 눈 속에 깃든 차가운 기운에 그의 내면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그는 사납게 그녀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눈앞까지 끌어당겼다.

“내 협상 조건은 이거야. 5년 전 호텔에서 끝내지 못한 일, 지금 끝내 보자고. 그렇게 할 자신 있나? 네가 경멸해 마지않는 박치우란 놈하고 벌거벗고 한 침대에서 뒹굴 자신 있어? 만약 있으면 말해. 그럼 두말 않고 놔줄 테니까.”

▶목차

21장~40장
에필로그
작가 후기

* 이 전자책은 2007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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